욕구들 - 여성은 왜 원하는가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도서협찬

이제 나는 먹는다.
이 말 자체는 승리의 진술이지만,
음식과의 더 평화로운 관계를 향해 나아가는 길은
빙빙 둘러가는 기나긴 길이었고
(그렇지 않으면 좋았겠지만)
동행자들로 가득한 길이었다.

캐럴라인 냅이라는 이름 하나만 보고 서평단에 신청했다.
명랑한 은둔자를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 캐럴라인 냅의 마지막 에세이라고 하여 꼭 읽어보고 싶었다.
역시나 물 흐르듯 유려한 그녀의 글솜씨 실력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가제본으로 받은 이 책은 식욕, 성욕, 애착, 인정욕, 만족감 등 여성의 다양한 욕구와 사회 문화적 압박에 대해 써나간 생애 마지막 책으로, 암 진단을 받기 2개월 전에 탈고했으며 그가 죽은 다음 해에 출판되었다고 한다.

37킬로그램까지 내려가면서 거식증으로 고통받았던 그녀는 왜 굶기를 선택했는지.
식욕이란 것이 왜 그토록 복잡한 문제가 되었는지에 대해 여성의 욕구로 연결된 고단한 성찰의 과정을 통찰력있게 담아냈다.

굶고 사들이고 훔치고, 자신을 해치는 사랑에 빠지고.. 
거식증의 한때를 회상하며 냅은 깨닫는다.
'그 모든 욕구는 연결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욕구에 대한 욕구 이야기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욕구를 충족하는 일이 아니라 욕구를 억누르려 애쓰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많은 여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그 감정은, 갈망은 그 자체로 어쩐지 부당하거나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
원하는 대로 마음껏 누릴 권리는 대가를 지불하거나 스스로 노력해 얻어내만 한다는 생각, 욕구를 채우려면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이다.
너무 많이 먹거나, 너무 많이 원하거나, 너무 섹스나 야망이나 갈망에 따라 행동하면 분명 그 청구서가 날아들고, 거기에는 대개 분노에 찬 자기비난의 야유가 달라붙는다.
넌 돼지야, 게으름뱅이야, 형편없는 인간이야.​

식사장애에 관한 책들이 꽂힌 자기계발서 서가는 연애 관계 문제를 다룬 책들과 따로 떨어져 있고, 강박적 쇼핑에 관한 책들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다룬 책들과 따로 있으며, 문화와 미디어를 다룬 책들은 여성의 심리를 다룬 책들과 따로 떨어져 있다.
사실 세 진영은 서로 그리 다른 곳들이 아니다.
욕구의 문제-구체적으로 말해 너무 깊이 파묻혀 있던 여성의 욕구가 새로운 경로의 출구를 찾을 때 일어나는 일에 관한 문제-라는 가닥이 모든 진영을 하나로 묶는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진정으로 원하는 욕구에 대해 나 자신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용기를 얻었다.
더불어 두 딸이 여성으로서 감추는 것만이 더이상 미덕이 아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와 "왜?"라는 질문을 통해 욕구를 만족시킬 자격과 힘을 갖추기를 바란다.


#북하우스 의미있는 독서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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