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사 #예브게니보돌라스킨 #은행나무서포터즈상당히 오랫동안 의식을 잃었고 그동안 세상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병원 침대 위에서 눈을 떴을때 주치의 가이거가 알려준 정보는 '인노켄티 페트로비치 플라토노프' 그에 대한 이름뿐이었다.가이거는 모든 것을 인노켄티 스스로 기억해 내기를 권하고 파편된 기억에 의존하여 일기형식의 기록을 시작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1900년에 태어나 20세기와 동갑인 인노켄티는 로빈슨 크로스를 즐겨 읽고 미대에서 전도유망한 화가였으며 비행사를 꿈꾸는 사람이었다.반혁명적 음모에 가담한 것과 어느 남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솔로베츠키 제도의 섬에 강제수용된 뒤 스탈린에 의해 냉동인간 실험 대상이 된다.그리고 70년만인 1999년에 액체 질소 속에서 해동되어 다시 살아난다.생물학적 나이 30세인 인노켄티는 과거 사랑했던 연인 '아나스타샤'를 찾았는데 그녀의 나이는 93세가 되었다.영원 같은 시간을 지나 재회했지만 아나스타샤는 이미 의식도 거동도 불편하다.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나스타샤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사타구니에 로션을 바르는 장면에서 너무 슬프면서도 아름다워서 영화의 한장면처럼 그려졌다."나는 튜브형 크림을 손가락 위에 짜서는 그녀의 사타구니에 바른다. 손이 떨리는게 느껴진다. 한때 이것은 내가 간절히 바라던 꽃이었다."인노켄티는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아나스타샤의 손녀 '나스챠'와 사랑을 하고 아이도 생기지만..그는 미처 살지 못하고 건너뛴 시간을 그리워한다. 일종의 환상통이다.냉동 상태로나마 존재했던 그 시대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있다.한 세기를 살고있는 그는 어린 시절 꿈꾸던 비행사가 되어 잃어버린 자신의 삶을 넓은 시야로 볼 수 있기를 희망했는지 모른다."역사라고 하는 이야기와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가 공존하고, 역사라는 것은 결국 개개인의 사적인 이야기의 일부"인노켄티가 복원하는 것은 혁명, 전쟁, 전염병과 같은 거대한 사건들로 구성된 역사가 아니다.그는 과거의 감정, 문장들, 냄새들과 소리들에 관심이 있었으며 그만이 알고 있는 것을 기억해내려고 했다.저자는 이 '작은' 역사는 위대한 사건들로 구성된 역사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말한다.그가 기록하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인노켄티가 기록한 개인의 세계를 통해 20세기 러시아의 격동과 혁명의 시대를 엿본다.독서를 하면서 늘 하는 생각인데 소설의 시대적 배경지식을 가지고 읽는다면 얼마나 백배, 천배 더 재밌을까?스스로에게 그런 아쉬움이 있다보니 이렇게 독특하고 아름다운 러시아 문학을 만나게 된 것에 감사하다.* 은행나무 서포터즈3기로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