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의 숨겨진 왕가 이야기 - 역사도 몰랐던 조선 왕실 가족사
이순자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3년 2월
평점 :
제목 : 조선의 숨겨진 왕가 이야기
저자 : 이순자
출판 : 평단
금액 : 15,000 원
구중궁궐 이라고 했다.
가장 많은 숫자인 "구"로써 그 겹겹이 담과 문의 무게로
일반인이 결코 넘볼수 없는 세계인 궁궐을 표현한다.
그래서 잘 알수없는 왕가의 숨겨진 이야기들은 세인들의
관심에 오를수밖에 없고, 또 관심을 받을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동안 주목을 받았던 내용들이 왕과 궁궐내에 거주하던 인물과 관한 이야기들이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그 왕과 가족들이 살던 집들의 이야기를 만나볼수 있었다.

조선의 숨겨진 왕가 이야기
제목에 들어간 고급스러운 금색은 분명 책의 내용이 왕가와 관련이 되어있기때문이리라
흔히들 < 왕가 > 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것은 아마도 " 왕의 가족들 " 일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 왕가 > 는 말그대로 집. 즉, 궁궐을 제외한 궁을 이야기 한다.

왕이 일상생활을 하는 곳인 " 궁 " 과
왕의 업무공간인 " 궐 "이 합쳐져 " 궁궐 "이라고 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아는 경복궁 안에 왕에 딸린 수많은 식구가 살고있는 것은 아니고
제각기 자신의 집을 가지고 살고있었으니 이 모든 집들이 왕가에 포함이 된다.
왕이 되기전 왕이 살았던 집인 " 잠저 " 를 비롯한 많은 왕족들이 살던 집들이 모두 < 궁 >에 포함된다.



책은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 1장 왕이살다
제 2장 왕을 낳은 부모가 살다
제 3장 왕자와 공주가 살다 로 구성되어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5대궁궐인
경복궁, 창경궁, 창덕궁, 경희궁, 덕수궁을 제외하고도 스무개가 넘는 왕가가 존재한다는 것은
실로 처음 알게되는 사실이었고, 굉장히 의외로운 일이였다.
심지어, 출가한 공주가 사는곳까지 " 궁 "이라고 불린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땅터에 대한 재미난 일화가 하나 있는데
바로 인조와 그의 아들 효종이 왕이 되기 전에 살았던 하어의궁이 바로 그곳이다.
조선시대 왕가들의 가례(결혼)이 주로 이루어지던 하어의궁이
현재에와서 비록 궁은 허물어지고 없어졌으나, 그 터에 예식장이 있다는것이 사뭇 흥미롭다.
왠지 이곳에서 결혼하면 잘 살것만 같다 ㅋ

책을 읽다보면 가끔 이렇게 열이 뻗치는 내용도 나온다.
구한말, 일제의 침탈에 무력했던 왕조덕분에 왕가의 재산들도 수난을 당하는데
조선의 21대 왕이었던 영조의 잠저였던 왕가에 조선의 물자들을 수탈하기 위한 일본 동양척식주식회사의 건물이 들어서더니
읽기만해도 피가 거꾸로 치솟을 만큼 화가나는 부분이다.

잘 한짓이라고는 왜인의 손에 죽어 국민의 마음에 일제에 대한 증오를 심어준것밖에 없는 명성황후와는 달리
못생긴 엄상궁이라고 불린 엄황귀비는 머리가 똑똑하여 일제의 야욕을 미리 눈치채고
일제가 왕실소유 재산을 국유화하면서 빼앗기 시작하기 전
왕가의 재산인 궁의 자리에 학교를 지으면서 미력하게나마 그 자리를 보존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 책의 말미에 알게된 하나의 재미난 사실은
주인이 없어진 왕가는 왕비의 소유가 된다는 것이다 ㅎ
아마도 그래서 명성황후 사후 왕비였던 엄황귀비의 대책이 그렇게 빠를수 있었나보다.

자수궁을 헐어내 그 자재로 성균관을 짓는데 보태쓴것이 재미나다
예전에 바티칸 성당에서 들은 이야기중에 로마의 콜로세움은 그렇게 된것은 부서지거나, 망가진것이 아니고
조각가 베르니니가 자재를 공수하기 위해서 일부러 떼어다 쓴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는데,
단순히 돌덩이가 필요했기에 콜로세움에서 돌을 뜯어다 사용한것은 이해가 가지만,
나무와 기와등의 우리나라 건물의 자재도 재사용할수있다는것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었기에 흥미가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안 많은 사실들중에서 가장 특이했던 사실은
의친왕의 집인데, 미국 유학후 돌아온 그에데 일제가 양관을 지어준 것이다.
바로 서양식 건물에 왕가를 뜻하는 " 사동궁 "이라는 이름이 붙은것이다.
물론, 현재 이 건물들은 남아있지 않지만, 당시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없애고자 했던 일제의 만행을 엿볼수 있는 항목이다.
책은 정사 와는 전혀 다른 왕의 개인적인 가족사를 그들이 살던 집을 주제로 펼쳐낸다.
많이 알고있을거라 여겼던 조선의 역사이지만, 의외로 새롭게 알수있는 사실들이 많아서 좋고,
또 어쩌면 당연히 알고있었어야 할 우리역사의 일부분인데, 이렇게 늦게 안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다.
전반적으로 " 궁 "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가 펼쳐진 점은 색달랐지만,
조금더 연대기라던지, 이야기의 흐름이 순방향이었으면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하지만, 사진도 많고, 설명도 알아듣기 쉽게 잘 표현되어있어서 읽기에는 좋으며
단순한 왕가의 이야기를 넘어서 역사서를 나오는 일화들도 많이 있기때문에,
한번쯤은 읽어봐도 후회는 없을만한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