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는 매력적인 게 없다. 숲속에는 귀여운 게 없다. 올빼미도 귀엽지 않다. 우유뱀도 귀엽지 않고 거미줄의 거미도 줄무늬농어도 귀엽지 않다. 장난감들은 귀엽다. 하지만 동물들은 장난감이 아니다."
"귀엽다, 매력적이다, 사랑스럽다 같은 말들은 잘못됐다. 그런 식으로 지각되는 것들은 위엄과 권위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발치에는 양치식물들이 있다. 우리는 그것들을 예쁘고 섬세하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 우리의 정원으로 가져온다.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 주인이 된다. 자연이 사랑스럽고 매력적이고 조그마하고 무력한 것들로 가득하다면 누가 권력자의 자리에 오를까? 우리다! 우리가 부모고 통치자다."
"인간과 호랑이, 호랑이와 타이거 릴리(참나리)가 다르면서도 얼마나 흡사한지 보라! 삶은 나이아가라이거나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풀잎 한 줄기의 지배자도 되지 않을 것이며 그 자매가 될 것이다. 나는 풀 위로 머리를 내민 백합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내 심장의 줄기로부터 즐거운 인사를 보낸다. 모두가 야성적이고 용감하고 경이롭다. 우리는 아무도 귀엽지 않다."
나는 풀잎 한 줄기의 지배자도 되지 않을 것이며 그 자매가 될 것이다.... 이 문장 너무 좋다. 오직 여자들만이 자매가 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남자들은 도와주고 가르쳐주고 지켜주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는 있지만 (성직자들을 제외하고) 형제가 되어주겠다는 표현은 잘 안 하지 않나? 아무튼 자매라는 표현은 수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제임스 조이스의 <Dubliners>를 원서로 읽고 있다. 요즘에는 남자 작가들의 책이 영 재미가 없는데 그냥 집에 있어서 읽어치우고 버리려고 읽기 시작했다. 이 단편집에 실린 첫 단편은 <The Sisters>이다. 화자인 소년 '나'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신부가 죽었고 '나'는 숙모와 함께 신부의 집에 문상을 간다. 신부와 동기간인 자매들이 두 사람을 맞이하고 그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He was too scrupulous always. The duties of the priesthood was too much for him. (중략) It was that chalice he broke. That was the beginning of it. Of course, they say it was all right, that it contained nothing. But Still... poor James was so nervous."
꼼꼼한 성격인 제임스 신부는 어느 날 실수로 성배를 깨뜨렸고 그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성배는 비어 있었고 다들 괜찮다고 말했지만 신부는 그 이후로 점점 더 망가졌던 것 같다. 그런 신부를 보며 두 자매는 서로 안타까운 눈빛을 교환하고 한숨을 쉬거나 낮은 목소리로 근심을 나누었겠지.
자매들이라고 다 살가운 사이인 것만은 아니라고 들었다. 나의 언니는 내가 초등학생 때 죽어서 나에겐 자매 로망이 좀 있다. 주변에 있는 의 좋은 자매들을 봤을 때 그들의 핵심은 나눈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자매들은 옷을 나눠 입고 화장품을 나눠 쓰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나누거나 늙은 부모에 대한 봉양 책임을 나눈다.
이디스 워튼은 상류사회 출신인데 어찌된 게 가난한 사람들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다. 이 책 <버너 자매>는 물론이고 <여름>이나 <이선 프롬> 같은 작품도 상류사회 이야기보다 훨씬 더 흥미롭다. 너무나 자족적인 삶을 누리던 두 자매가 갑자기 어디서 굴러들어온 별 시답지도 않은 사내자식 때문에 둘 다 인생이 와르르 무너지는 이야기다. 착한 여자들이여, 제발 좀 현명하게 굴자. 당신들의 착함이 너무나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