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터 일가 내에서 차례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그린 이 작품은, 범행이 끔찍하거나 잔혹한것은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어둡고 우울하다. 그것은 해터 일가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유전이라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가족이라는 굴레는 얼마나 질긴 것인가.모든 사건의 근원은 그들의 저주받은 피에 있다. 일가의 몸에 흐르는 광기의 유전자는 모든 비극의 시초가 되고 나중에는 결말이 된다.한명도 빠짐없이 어딘가 비정상적인 이 해터가는 사나운 광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일족이다. 그들에게 일어난 비극적인 살인사건은, 그렇기에 그다지 괴리되어 있는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죽음과 맞닿아 있는 느낌의 해터가에게서, 짙은 피냄새는 굉장히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럴지도 모른다. 이 살인 현장의 비릿한 피는 그들 현관을 흐르는 저주받은 피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기 때문이다.소설 전체를 암담하게 읽은 독자들은 마지막에 준비된 비극의 진수에 우울해질 준비를 하라. 결말까지 징그럽도록 끔찍한 해터가에게, 나중에는 오히려 동정심까지 생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