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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마법사 9
나루시마 유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이제까지 본 환타지중 가장 수작이다. 스케일은 솔직히 큰 편이라고는 할수 없다. 요새 환타지는 우주를 망라하며 미래를 넘나들잖는가. 소년 마법사는 이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세계를 변혁시키려 하는 것 뿐이다. 적어도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 스케일로 승부하는 환타지는 아니다. 그렇다고 그림체가 소름끼칠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물론 내용에 어울리는 분위기의 그림이지만 특출나게 눈에 띄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 이 작품이 이렇게 사람 마음을 저릿하게 하는 것은, 다른 어떤 환타지보다 점수를 더 주고 싶은 것은- 인간의 심리에 대한 통찰력이 혀를 내두를 정도이기 때문이다. 버림받은 자, 소외된 자, 그 이능력으로 인해 상처입은 자들의 편에 서서, 작가는 진정한 휴머니즘에 대해 묻는다. 인간의 영역이란 무엇인가, 나로 지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결국 나는 살아가도 괜찮은 것일까..
어찌보면 너무나 무거워 잠수해버려야하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경쾌하게 전개되는 기분이 드는 것은, 작가가 그 저편에 희망을 뿌려놓았기 때문이리라. 인간으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끈질긴 소망. 최후까지 짓는 미소.
소년 마법사는 확실히 수작이다. 손이 느린 작가지만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 중단만 하지 말기를. 늘 뒷권이 고픈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