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nnel (Paperback)
앤서니 브라운 지음 / Walker Books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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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소녀가 있습니다. 소년은 밖에서 친구들과 웃고 소리치며 공을 차고 뒹굴며 놀기를 즐깁니다. 소녀는 혼자 방 안에 틀어 박혀 책을 보거나 공상을 즐깁니다. 소년은 할동적이고 적극적이고 어두운 밤 따위는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소녀는 조용하고 소극적이며 밤의 어둠이 무서워 잠을 설치기 일쑤입니다. 둘은 남매인데, 매일같이 싸웁니다. 서로 다르면 저 하고 싶은 대로 각자 즐겁게 지내면 될텐데 뭘 그리 간섭하고 싸우는걸까요? 보아 하니 만날 때마다 말싸움에 티격태격하는 모양입니다. 주로 오빠 쪽에서 조용히 있고 싶은 여동생을 귀찮게 구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뭏든 오늘도 식탁에 마주 앉아 싸우고 있는 남매를 보다 못한 엄마가 이 둘을 쫒아냅니다. 단 하루만이라도 같이 사이 좋게 좀 지내보라고. 

 

어쩔 수 없이 동네 공터로 나온 둘은 서로를 비난하고 투덜대다가 못 보던 터널을 발견합니다. 모험심과 호기심이 많은 소년은 동굴 속으로 탐험을 떠나고, 기다리다 지친 소녀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오빠를 찾아 나섭니다. 동화책 속에 나오던 온갖 괴기스러운 것들이 숨어 있는 숲을 지나 찾아낸 오빠는 숲 속의 신이라도 노하게 했는지 한쪽 다리를 들고 도망치는 자세 그대로 돌로 변해 있습니다. 소녀가 제가 너무 늦게 찾으러 나선 탓이라 후회하며 돌이 된 오빠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순간 소년은 다시 온기를 찾고 부드러운 피부를 가진 오빠로 돌아옵니다. 소년 역시 크게 감동하여, 재미없는 겁쟁이라 싫어만 하던 동생을 끌어 안습니다. 그리고 이제 둘은 신비로운 체험의 비밀을 공유한 친구가 됩니다.

 

제가 가진 이 책에는 지금 중학생이 된 딸이 유치원에 다닐 무렵 연도가 쓰인 스티커가 붙어 있네요. 십여 년 전 그 때부터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이 이 책을 읽었습니다. 읽을 때마다 드는 궁금증이 몇가지 있어요. 그 중 하나는 왜 이 책에 나오는 소년과 소녀는 각각 이런 성격으로 표현되었을까 하는 겁니다. 소녀는 조용히 집안에서 책읽기를 좋아하고, 소년은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 놀기를 좋아하고 말이죠. 대개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는 제각기 성격이니 소년 소녀 독자들이 모두 더 감정이입을 잘 하라고 그런걸까요?

 

제 딸은 책읽기를 무척 즐기지만 동시에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 노는 걸 너무나 좋아했어요. 놀이터에서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놀다가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오곤 했습니다. 또 세 살 어린 아들은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하는 것 만큼이나 혼자 방안에 틀어박혀 노는 것도 좋아했어요. 누나 만큼이나 책읽기를 좋아한 반면 누나보다 훨씬 밤의 어둠을 두려워해서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침대에 들어가서 이불 속으로 머리 끝까지 숨기 전에 불을 끄는 것을 싫어합니다. 저희 집 남매만 보더라도 이 책에 나오는 소년과 소녀가 가진 성격이 그들을 대변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조용하다, 활발하다, 두려움이 많다, 모험심이 많다, 혼자있기를 즐긴다,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즐긴다, 책읽기를 좋아한다, 몸을 움직이기를 좋아한다.. 이러한 모든 요소는 사람에 따라 뒤죽박죽 섞여서 제각기 고유한 성격으로 탄생합니다. 여러가지 조각을 마음대로 모아 붙여서 저마다 독창적인 모습으로 조립할 수 있는 레고처럼요. 

 

작가인 Anthony Browne은 여러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는 통쾌함을 선사해 왔습니다. 뚜렷한 주제의식을 담은 이야기와 특히 아주 세밀한 사실적인 묘사와 동시에 표현된 초현실적인 그림을 통해서 말이죠. 그 점 때문에 더욱 애정을 갖고 있던 작가라서 이런 소년 소녀의 성격에 대한 고정관념을 그대로 표현한 내용에서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조금은 편견을 깬 다중적인 성격으로 두 소년 소녀를 표현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봅니다. 이것이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첫번째로 궁금했던 주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 이 소년과 소녀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더불어 자신의 성격과 친구들의 성격에 대하여 이야기 나눔으로써 타인의 다른 성격에 대해, 그리고 남녀 성격에 대한 고정관념을 인식하고 깰 수 있게 합니다. 소심하고 겁많은 남자친구도 조금은 왈가닥이고 활동적인 여자친구도 모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사람의 성격임을 생각해 보게 하면 좋겠습니다.

 

두번째로 제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왜 이 이야기는 소녀의 시점에서 전개되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소년보다 소녀에게 감정이입하며 책을 읽어나간 건 제가 소녀와 비슷한 성격인 탓일까요? 소년과 소녀의 성격을 대비시키며 이야기를 열고 있지만 뒤로 갈수록 이 이야기는 소극적이고 두려움 많은 한 소녀가 형제애로 용기내고 도전하여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모험이야기 입니다. 이제 앞으로 소녀의 두려움 많고 소극적인 성격이 조금은 달라질 거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어떤가요?  소년은 그저 제 성격대로 모험에 나섰다가 위기에 처하고 동생한테 구조될 뿐이죠. 귀찮아 하던 동생에게 고마움을 느꼈으니 이제 오밤중에 가면을 쓰고 슬금슬금 동생 침대 밑으로 기어 들어가 놀래키는 장난 따위는 조금 자제할지 모르겠지만, 밖에 뛰어나가 놀기만 하던 그가 갑자기 방안에서 책을 집어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소극적이고 겁많던 한 소녀의 성장이 바로 이 그림책에서 우리의 마음을 이끄는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장난꾸러기에 밖에서 놀기만 좋아하는 남자아이라도 이 이야기를 읽으며 감정 이입하는 부분은 소년 보다는 소녀의 용기와 그로 인한 문제의 해결일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내가 하기 싫거나 어려운 과제 앞에 용기를 내어 혹은 도전하여 해낸 경험에 대해 그리고 그 짜릿한 기분에 대해. 그리고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을 만큼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에 대해. 그런 대상이 있는 우리의 행복에 대해.

 

마지막으로, 아마도 많은 어린이 독자들은 처음으로 떠올릴지 모를 주제는 형제 자매에 대한 생각입니다. 어쩌면 저도 정말 처음에 책을 읽었을 땐 이 생각이 먼저 떠올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니까요. 형제 자매간의 갈등과 사랑.

 

제게도 남매가 있어요. 한 부모 아래 태어났지만제각기 모두 다른 성격과 모습을 가졌습니다. 책에 나오는 남매처럼 제 아이들도 매일같이 싸웁니다. 이 힘들고 험한 세상 서로 의지가 되라고 희생 정신으로다가 낳아 주었건만 고생한 보람도 없이 매일 싸우는 모습을 보면 한숨이 나기도 합니다. 책에서 엄마는 뒷모습도 그림자도 없이, 오직 두마디의 대사만으로 등장하는데, 얼마나 가슴깊이 공감을 했던지 스트레스에 찌들어 화내고 쫒아 내는 엄마의 표정을 본 것만 같더라구요. 다시 책장을 몇 번이나 넘겨 보았답니다. :-)

 

하지만 그들도 언젠가 깨닫는 날이 오겠죠.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하지만 매일같이 싸우는 형제 자매 남매들이 이 책 한 권을 읽는다고 하루 아침에 달라질 것을 기대하지는 마세요. 책장을 덮는 것과 동시에 서로 이 책을 자기가 다시 읽겠노라고 싸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얻은 감정과 느낌은 당장의 변화로 나타나기보다는 머리와 가슴 속 어딘가에 조용히 자리를 잡는다는 걸, 어느 구석에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긴 인생의 어느 순간에 나도 모르게 나에게 깨달음을 주고 내 가치관에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책을 덮지마자 싸움질하는 아이들을 보더라도 실망하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형제 자매애고 뭐고 Anthony Browne 특유의 환상적이고 기발한 숨은 그림찾기에 더 열을 올릴지도 모르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그이상의 무언가가 가슴 한 구석에 자리잡았을 게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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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영어배우기>

 

1. 반대되는 단어와 표현을 배워 보세요.

 

   - alike  /  different   비슷한/ 다른

   - stayed inside / played outside   집안에 머물다 / 밖에서 놀다

   - on her own / with his friends  그녀 혼자 / 친구와 함께

   - asleep / awake   잠든 / 잠이 깬

   - quiet / noisy   조용한 / 시끄러운

 

2.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여러가지 표현을 배워 보세요.

 

   - reading(책을 읽고), dreaming(꿈꾸고, 몽상하고), laughing(웃고), shouting(소리치고), throwing(던지고), kicking(차고), roughing and tumbling(싸우며 뒹굴고)

   - Out you go together. (둘이 같이 나가거라)

   - Try to be nice to each other just for once. (단 한번만이라도 서로 사이좋게 지내봐)

   - Be back in time for lunch. (점심시간 전에 돌아오거라)

   - It's not my fault. (내 잘못이 아냐)

   - Let's see what's at the other end! (저 반대편에 뭐가 있는지 알아보자)

   - Don't be so wet!

   - She was close to tears. (그녀는 울 뻔 했어)

   - She was scared / frightened (그녀는 겁이났어/무서웠어)

   - Is everything all right? (별일 없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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