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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를 위한 투쟁 ㅣ 범우문고 178
루돌프 V.예링 지음, 심윤종 옮김 / 범우사 / 2002년 10월
평점 :
Ⅰ. 머리글
예링의 『權利를 위한 鬪爭』을 읽으며, 내가 지난 3년 동안 배웠던 法學이 단순한 法律지식이 아님을 깨달았다. 내면 깊숙이 잠들어 있던 <法的 本能>이 생동하는 느낌이었다. 『죽음에 이르는 길』에서 키에르케고르는 대지진의 충격으로 자아의 분열을 경험했다. 나 또한 지식과 나 자신이 분리되어 별개의 세상을 살고 있었고 두 세계는 평행선을 그리는 듯 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Ⅱ. 글의 내용
이 책에서 핵심적인 어휘는 다음과 같다.
權利, 人格, 鬪爭, 法감정
우리의 人格이 투영된 權利가 침해되었을 때, 法감정은 외부의 도전과 억압에 대해 반응하고 鬪爭을 통해 침해적 요소를 배제시킬 것을 명령한다. 근본적으로 法은 평화로운 상태를 지향하고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 不法적 상황에 맞서 鬪爭을 하게 된다. 이러한 不法은 개인의 權利에 대한 침해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개인의 權利란 단순히 權利 그 자체가 아니라 개인의 人格이 투영된 것이고 人格이란 인간의 존엄성을 의미한다. 즉, 이것은 육체적 생존조건과 더불어 정신적 생존조건의 중요한 요소로서 정신적 삶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반사적 형태로 대응한다. 이러한 조건반사는 法감정이라는 것에 의해 일어나는데 이는 생존을 위한 義務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의 생존본능은 개인적 차원에서 權利를 회복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權利 일반 다시 말해, 사회적ㆍ국가적 차원의 法秩序를 유지하고 수호하는 고차원적 수준의 행위인 것이다.
Ⅲ. 法감정의 문제
1. 意 義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어휘를 <法감정>으로 선택하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것은 달리 표현하자면 <法的 本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法은 기본적으로 權利이다. 憲法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필수적 權利로 기본권을 규정하고 民法 중 物權法은 물건에 대한 지배적 權利 즉, 소유권을 규정하고 있다. 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러한 중요한 權利들은 이러한 法질서 속에서 살고 있는 국민의 의식속에 내면화 되거나 인지된다.
소유권을 예로 들면, 자신이 휴대폰을 구입했다고 가정하자. 휴대폰 구입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에 따라 나는 휴대폰을 건네받을 權利가 있고 휴대폰 대금을 지급할 義務가 있다. 前者는 계약상 채권자의 지위를 後者는 채무자의 지위를 부여받는 것이다. 계약의 효력이 완전하게 실현된 경우(대금을 지급하고 휴대폰을 건네받은 경우) 나는 휴대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이 경우 法감정은 평화롭다. 法이 욕구하는 상태에 완전히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날 도난당한 내 휴대폰이 누군가의 손에 쥐어져 있다면 나의 상태는 어떨까? 내 휴대폰을 발견한 순간 그것을 다시 찾고 싶어질 것이다. 이러한 욕구가 바로 法감정의 자극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휴대폰을 사면서 나는 이 물건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했다. 소유권이란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물건을 배타적으로 자유롭게 사용ㆍ수익ㆍ처분할 수 있는 權利이다. 法감정은 이것을 의식하고 있다. 비록 이러한 구체적인 내용을 모른다 하더라도 내가 물건의 주인이라면 본능적으로 같은 상황에 있을 것이다. 法감정은 法이 부여한 지위나 權利가 침해되었을 때 깨어나는 法적 本能인 것이다.
2. 法감정의 작용
法감정은 모든 權利 침해형태에서 반드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法감정은 결과적으로 不法에 대한 鬪爭을 하게 만들고, 法이 평화로운 상태에 도달하게 한다. 鬪爭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人格이 투영된 權利에 대한 침해에 대해서만 유효한 것임은 책에서 전제하고 있다. 人格이란 인간의 존엄성이고 이것은 인간의 정신적 생존의 필수적 요소이다. 따라서 權利침해가 생존조건에 대한 위기의식을 부추길 때 결정적으로 깨어나는 것이다. 농민은 자신의 소유물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지고 사관계급은 명예를, 상인은 신용을 중히 여긴다. 이러한 것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게 생존조건이 달리 부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도 다르지 않다.
3. 法감정의 중요성
한 민족의 힘이란 그 민족이 갖는 法감정의 힘과 동일한 뜻을 가지며, 국민적 法감정의 보호는 국가의 건강과 힘의 보호인 것이다. 즉, 대외적으로 존경받고, 대내적으로 확고부동한 위치를 향유하고자 하는 국가를 위해서는 국민적 法감정만큼 보호와 장려를 필요로 하는 값진 보물은 없다. 이 보호와 장려는 정치교육상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다. 국민 각자의 이와 같은 건전하고 굳건한 法감정 속에서 국가는 자기존립의 확실한 보증을 갖게 된다.
Ⅳ. 權利주장의 공동체적 의미
不法에 대한 저항은 개인적 權利 회복뿐 만 아니라 개인이 속해 있는 法秩序의 유지라는 측면에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다음의 一例는 이 중요성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내가 요구하는 1파운드의 고기는 비싸게 산 내 소유물입니다. 나는 그것을 꼭 가져야겠소. 만약 당신들이 그것을 거절한다면 나는 당신들의 法률을 멸시할 겁니다. 결국 베니스의 法률은 무력하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죠. 나는 法률을 요구합니다. 나는 여기에 나의 증서를 고수합니다.”
여기서 고기 1파운드를 돌려받기를 원하는 자의 權利는 붕괴되었고, 그와 동시에 붕괴된 權利를 보장해야 할 베니스의 法律 또한 붕괴된 것을 의미한다. 權利를 위한 鬪爭은 이익이라는 낮은 수준의 동기에서 출발하여 人格의 정신적 자기보존이라는 관점으로 올라가 마침내는 權利이념의 실현에 협력한다는 동기에까지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Ⅴ. 결 론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나에게 강렬하게 호소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강연을 정리한 글이라는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法감정>이라는 생소한 용어가 그리 낯설지 않게 다가온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그것은 <法的 本能>인 것이다. 法은 사랑과 마찬가지로 감정 속에 뿌리 박혀 있다는 비유는 문학적 감성이 묻어나기까지 한다. 게다가 사랑을 완전히 자각함에는 단 한순간으로 충분한 것처럼 法감정도 역시 그와 같다는 문장은 시적인 감동으로 느껴졌다. 法이란 냉철한 이성으로 치밀하고 객관적으로 탐구해야할 학문이라 믿어왔으나 그것은 나의 무지였다. 이 무지에 대한 깨달은 내 감성이 눈을 뜨면서 알게 되었다. 문득, <法은 사랑처럼>이란 시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