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위로 한 그릇 - KBS 아나운서 위서현, 그녀의 음식 치유법
위서현 지음 / 이봄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아이를 낳고 처음 병실에서 먹었던 미역국이 떠오릅니다. 제가 겪은 수 많은 신체적 고통 중에서 가장 강한 고통이 바로 출산이 아니었나싶은데요. 진통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몰려든 고통은 다시 겪고 싶지 않을만큼 힘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예쁘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가 태어났고, 지금 잘 자라주어 어느 덧 7살이 되었지만, 출산고를 반가워할 산모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진통을 겪고 아이를 낳느라 힘이 다 빠진 상태, 그 시간이 새벽 5시 반경이었는데요. 아침 8시 식사 시간이 그렇게 기다려졌었답니다. 아이를 낳고 첫 식사에 나온 미역국을 한 숟가락 떴을 때, 그 때의 행복감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편안하고 행복했답니다. 그렇게 미역국은 생일이라는 이미지에서 출산이라는 이미지로 바뀌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작가가 느낀 많은 음식들에 대한 생각과 이미지가 저와는 다른 느낌들이 꽤 많았지만, 음식하나에 의미가 담기고 음식으로 편안해지고 음식으로 위로를 받는 그 마음은 공감이 갑니다. 

 

 

 음식은 언제 먹느냐에 따라서도 이미지가 달라지겠지만, 누구와 함께 하느냐도 무척 큰 의미가 담기는 것 같습니다. 친구와 김치찌개를 나눠먹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한 작가님처럼 저도 음식과 함께 떠오르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멀리서 찾아와 준 친구의 미소가 떠오르기도 하는 삼청동 단팥죽이 추운날 몸을 따뜻하게 해주며 철없던 여고시절의 순간으로 돌아간 듯한 즐거움을 주었던 음식입니다. 언니와 함께 남대문에 들러 먹었던 갈치조림은 한참 입덧할 때 저의 잃어버렸던 식욕을 되 찾아주기 위해 엄마대신 마음써준 언니의 마음이 담긴 음식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기도 하고 그리운 사람을 기억하게도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음식들은 늘 같은 이미지만 갖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먹던 미역국이 생일의 이미지에서 출산의 이미지로 바뀐 것처럼 하나의 음식이 때로는 또 다른 이미지가 되기도 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종류를 막론하고 명절때마다 친정에 찾아가 먹는 엄마의 손맛이 담긴 음식들은 언제 먹어도 모두 기적의 음식처럼 명절의 피로가 풀리고 살짝 지치고 긴장되었던 몸과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지고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음식을 통해 위로 받고, 추억에 빠진 순간들이 많았지만 그 음식들에게 감사할 시간들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위서현 아나운서의 <뜨거운 위로 한 그릇>을 읽으며 내가 가진 음식들의 기억과 의미를 되색여 볼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들에게 음식으로 무언가를 해줄 수 있고, 힐링을 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니 좀 더 음식에 정성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항상 맛있는 음식 앞에서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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