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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하의 고민 ㅣ 푸르메 친구들 1
조은수 글.그림 / 양철북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인가 아이들이 좀 느리고 뒤처지는 아이를 ‘장애인’이라고 놀리는 것을 보고 놀랐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일장 연설을 늘어놓아도 아이들이 장애인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런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어 이 책을 신청하였다.
장애아의 부모, 특히 장애아의 엄마를 보면 같은 엄마로서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멀쩡한 아이 키우기도 힘든데 어떻게 저 모든 것을 감내하고 있을까. 저 아이도 이 험한 세상을 장애아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들까.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의 생각은 병하의 질문으로 나타난다. “할머니, 저 아이는 왜 이 세상에 온 거에요?”
그런 병하의 질문에 대답처럼 제시되는 말과 그림들, 그 말들은 짤막해서 더 그림 속에서 큰 울림을 준다. ‘연한 순’ 같고 ‘고운 모양’도 없고 사람들로부터 ‘쌀쌀한 눈초리에 놀림이나 당하는’ 아이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라고 책은 이야기한다.
가장 마음을 울렸던 글은, 펄벅의 글이었다. 펄벅의 딸은 네 살이 되자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펄벅은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희망을 품고 전 세계를 헤매고 다녔다. 그러나 펄벅은 깨달았다. ‘세상에는 달래지지 않는 슬픔이 있다는 것을. 바꿀 수 없는 문제를 평생 끌어안고 잠잠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것이 어디 장애뿐일까. 누구에게나 ‘달래지지 않는 슬픔’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삶의 자세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아이들이 읽기엔 아직 이해되지 않을 말이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장애’를 그렇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이상하고 괴상하고 가까이 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 귀한, 우리와 함께 살아갈 사람들로 말이다. 어쩌면 신체가 불편하고 몸에 병이 있기에 살아가는 것을 더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는 사람들.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자신의 생활에 감사함을 찾고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아이들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투박하고 거친 선과 어두운 색감의 그림이 세상에서 장애나 질병을 갖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잘 나타내 주는 것 같다. 그러나 마지막 페이지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행복한 모습을 보며 그런 세상을 꿈꾼다. 편견과 차별이 없는 행복한 세상. 아이들이 혼자 읽기엔 어려울 수도 있어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