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은이 수전 케인은 내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릴 적 책을 읽으러 방구석에 틀어박힌다거나 밖에 나가 아이들과 놀러 가기 싫다거나 하는 어릴 적 기억과 함께, 어른이 된 현재도 파티에서 항상 뻘쭘한 기분을 느끼고 빨리 집에 가고 싶어 하는 전형적인 내향인이다.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것조차 법으로 금지된 세상에서 겨우 내향성이라는 성격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말도 안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녀는 '외향성의 천국'인 미국에서 내향인이 맞닥뜨리게 되는 (외향인이 깨닫지 못한) 여러 불합리한 제도와 관습들이 여전히 있음을 깨닫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여러 출처에서 들려 오는 얘기를 들어 보면 미국인은 좀 심각하게 외향적인(혹은 외향적인 '척하는') 사람들이라 한다. 맨날 파티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말걸고 장난걸면서 동영상 찍어 유튜브에 올리고 유쾌하고 쿨한 척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나도 많이 당해본 적 있다. 지하철에서 막 말걸고 날씨 물어보고 호스텔에서 소리치면서 파티 가자 그러고...물론 이제 나 스스로는 '소심'하거나 '수줍어'하는 성격이라기보단 새로운 사람 사귀는게 '귀찮은' 경지가 되긴 했지만서도, 그래도 외향보단 내향에 가깝기 때문에 너무 외향적인 사람이 말을 막 걸고 그러면 좀 피곤해지긴 한다.

내향-외향이란 무엇일까? '칼 융'이라는 꽤 오래된 사람이 공식적인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을 시작으로 꽤 오래된 역사가 있긴 하지만, 사실 그 뜻을 모르는 사람은 정신적인 문제(사이코패스,자폐증 처럼 마음이론에 문제가 있는)가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학문에 있어서는 좀 엄밀히, 그리고 계량적으로 정의해야 하니까 이러저러한 논쟁이 생길 뿐이다. 최근의 심리학에서 성격에 대한 좋은 이론적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성격에는 다섯 가지의 축이 있고, 그 축은 모두 계량화가 가능하며, 각 축간에는 상관관계가 없고 (직교하고), 이 다섯 축의 분포는 모두 정규분포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 모든 축은 심지어 신경생리학적인 구조와 유전자의 역할에 매칭까지 할 수 있어서 동물의 행동조차 성격으로 분류할 수 있다.

말하자면 내향-외향의 성격은 성격 모델의 다섯 가지 축 중 한 축을 이루고, (만약 내향성과 외향성이 다른 축인 것으로 밝혀졌다면 우리의 직관이 얼마나 혼란을 겪었을지 생각해 보라.) 내향성과 외향성은 그 정도를 수치로 표현 가능하며, 그 수치는 축에서 정규분포를 이룬다는 말이다. 여기서 신경생리학적 구조를 밝히자면 내향-외향 축은 도파민에 대한 영향을 받는 뇌의 어떤 부위의 민감성에 달린 문제라서, 어떤 사람은 도파민의 활성화에 크게 영향을 받고 보상추구적인 행동을 하는데 비해 어떤 사람은 도파민에 둔감해서 보상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순히 보상에 대한 민감성에 대한 이야기는 동물에도 적용할 수 있어서, '외향적'인 쥐는 보상 때문에 열심히 레버를 누르는데 반해 내향적인 쥐는 먹이도 잘 먹으려 하지 않는다. 인간에게도 이 성향은 그대로 적용할 수 있어서 외향성이 높은 사람일 수록 자극과 보상(돈, 초컬릿, 섹스)을 추구하는 면이 강하다고 한다.

자극과 보상이라? 이것은 우리가 생각한 내향-외향의 정의는 아니지 않는가? 우리가 생각할 때는 외향성은 '다른 사람들과 거리낌없이 잘 지내는 성향'이었지, 초컬릿을 좋아하는 성향은 아니지 않았나? 사실은 그것이 환원주의의 묘미다. 우리는 도파민 분비와 뇌의 민감성으로부터 시작해 자극과 보상을 좋아하는 행동 성향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런데 이런 성향이 실질적으로 인간에게 적용될 때는, 사회적 평판에 바탕이 되어 일어난다고 한다. 우리는 남의 '평판'을 무척 신경쓰고 또 그것에 자극이 되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다.

내향적인 성격은 외향성의 반대가 아니다. 자극과 보상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에 딱히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마이너스가 아니라 0이란 말씀이다) 피하는 기제를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뇌의 또다른 부위가 작동되어야 하는데, 실제로 뇌의 또다른 부위가 작동하는 성격은 '신경성'이라는 또다는 축을 이룬다고 정의되었다. 어쨌든 내향성은 사회적 평판에 관심이 없으니 잘 모르는 사람이 옆자리에 있어도 굳이 말을 걸려고 하지 않고, 사회적 평판을 극적으로 올릴 기회인 파티에 잘 가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지은이가 조금 오해하고 있는 게 있는데, 외향성의 마이너스적인 성격인 '수줍음'은 신경성 높음의 성향이라 한다. (대니얼 네틀의 「성격의 탄생」참조) 나같은 경우를 봐도 파티나 모르는 사람들과의 술자리가 거북스럽고 부끄러운 게 아니라 단지 귀찮을 뿐이니...물론 내용 중에 신경성 성격에 대한 내용이 나오긴 한데 '수줍음'이란 단어를 내향성 성격을 서술하는데 사용하고 있으므로 좀 더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밖에도 브레인스토밍 방법론이 잘못된 이유는 그 방법론이 내향성에게 잘 안맞기 때문이 아니라 (만약 그렇다면 외향인만 모아놓은 브레인스토밍은 매우 성공적인 회의가 되어야 한다) 그냥 그 방법론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 아닌가? 그렇다면 브레인스토밍에 대한 내용은 이 책의 주제랑 맞지 않다.

한가지 더 지적하자면, 나는 성격 축이 정규분포라고 알고 있는데 책에서는 인구의 적게는 1/3, 많게는 절반이 내향인이라고 얘기한다. 정규분포의 특성상 틀린 말은 아닌데 그렇다고 완벽히 옳은 말 또한 아니다. 정규분포의 특성상 중간적인 사람이 극단적인 사람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차이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어서, 어느 정도 활발한 성격을 가진 사람을 쉽게 외향적이라고 정의하거나, 술자리에서 약간 소심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내향적이라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그 두 명의 차이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비유를 들자면 좌파도 우파도 아닌 중도적 사람들이 인구의 8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굳이 그들을 좌빨이라거나 수꼴이라고 이분화해 부른다.

책 내용은 회사에서의 자기개발, 처세, 조직론 같은 내용이 많아서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지은이가 심리학자가 아니라 그냥 심리학 공부 좀 한 변호사라 그런지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좀 딸리는 내용도 간간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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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06-14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과 비슷한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이란 책이 있더라구요. 콰이어트한 사람이 조직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꼭 필요란 사람 아닐까 생각됩니다.

김필산 2015-06-14 22:43   좋아요 0 | URL
그 책의 요약을 간단히 살펴보니 신경성 축에 대한 내용인 것 같더군요. 좋은 책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내서 꼭 읽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