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 운두르와 피터 가브리엘

[수입] Peter Gabriel - So (Remastered)
Virgin / 2003년 7월

1966년부터 1975년까지 아트 록 그룹 제네시스(Genesis)의 싱어로 활동했던 피터 가브리엘은 1986년 솔로 명반 [So]를 내놓았다. 5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대중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이 음반에는 영미차트 동반 1위곡 ‘Sledgehammer’를 비롯해, ‘In Your Eyes’(26위), ‘Big Time’(8위), 여가수 케이트 부시(Kate Bush)와의 듀엣곡 ‘Don't Give Up’(72위) 등의 명곡들이 담겨있었다.  

그 중에서 비록 차트에는 오르지 않았으나 귀를 쫑긋하고 주목해야 할 수록곡이 하나 있었으니 그 곡이 바로 ‘In Your Eyes’다. 이 곡은 피터 가브리엘이 아프리카 세네갈 출신의 음악가 유수 은두르와 함께 듀엣으로 부른 노래로, 유수 운두르를 아프리카 출신의 음악가 중 최고의 국제적 스타로 이끌게 된 곡이다. 동시에 운두르의 아프리카 산 월드뮤직을 국제적으로 알리게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곡이기도 하다.  

피터 가브리엘은 [So] 앨범을 내놓기 앞서 1982년부터 '음악예술과 무용의 세계'(WOMAD)라는 페스티벌을 조직하면서 영미음악을 넘어 제3세계 음악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피지배'에 대한 관심을 기울였고, 그 관심은 그를 월드뮤직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가브리엘의 유명한 곡 'Biko’는 아파르트헤이드 시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젊은 흑인 운동가로서 1977년 기관원들에 의해 수사 받는 도중 잔인하게 살해당한 스티븐 비코를 노래한 곡으로, 실제 남아프리카 공화국 현지 음악인과 함께 레코딩했다.  

그리고 얼마 후 피터 가브리엘은 폴 사이먼(Paul Simon)의 [Graceland]에 참여했던 유수 은두르를 주목하게 됐고 곧 그를 자신의 앨범에 초빙했다. 그 결과물로 ‘In Your Eyes’라는 합작품이 나왔으며, 은두르는 또 ‘Shaking The Tree’를 가브리엘과 함께 공동으로 작곡했다. 궁극적으로 이 앨범을 계기로 피터 가브리엘은 폴 사이먼, 데이비드 번(David Byrne)과 함께 아프리카와 남미, 그리고 아시아의 전통음악을 서방인들에게 널리 알린 인물로 기록되었다.

한편 유수 은두르는 이후 1988년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에서 개최한 세계 순회공연에 공동 헤드라이너로 참여하는 등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개최된 대중음악의 여러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했던 유일한 아프리카 음악가가 되었다. 영미권 뮤지션들과의 파트너십은 세계적으로 히트를 기록한 네네 체리(Neneh Cherry)와 듀엣 곡 ‘7 Seconds’를 담은 1994년 앨범 [The Guide] 등으로 계속 이어졌다.

부다 바 라운지. 그 동양과 서양의 조화.

[수입] Buddha-Bar VIII (By Sam Popat) - [2CD Special Hard-Paper Box]
WAGRAM / 2006년 8월

2000년에 첫 음반이 나온 뒤로 유럽에서만 100만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는 라운지 음악의 정수 [부다 바] 시리즈의 8번째 앨범이자 가장 최신작. 동양 음악과 서양 음악의 조화가 이루어진 음반이다. 디제이 하방과 다비드 비장에게 바통을 이어 받아 이번 작품에는 인도계 미국인이자 부다 바 뉴욕에서 디제이로 활약하는 샘 포패트(Sam Popat)가 처음으로 음반을 맡아 부다 바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샘 포패트가 직접 솜씨를 발휘한 ‘Dil Mera’, 벨라도나(Belladonna)의 ‘Ebatule’ 등 두 장의 CD에 모두 30곡이 담겼다.

참여한 아티스트 이름만 봐도 동양적 느낌이 물씬 풍긴다. 그리고 음악을 들어도 그 예상은 어긋남이 없다. 아시아 민속 음악이 유럽을 거쳐 다시 유럽의 사운드를 품고 아시아로 고향으로, 부처님 품으로 돌아왔다. 음악은 인생처럼 순환하고 불교의 윤회사상처럼 부다 바의 음악도 돌고 돈다. 아랍과 유럽, 아프리카를 걸쳐 아시아에 이르러 갖가지 소리를 한 데 모아서 우리에게 전해준다. 그것이 [부다 바]의 음악정신이다.

단 한가지 치명적인 약점은 수입이라 음반이 상당히 비싸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보스족’이나 유목민이 되길 원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그 비싼 돈을 주고 음반을 구입한다. 아니면 더 나아가 그 화려하고 비싼 부다 바 레스토랑에 직접 가던지.

팬들과의 정겨운 교감

Foo Fighters - Skin And Bones
푸 파이터스 (Foo Fighters)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6년 11월

미국 록 밴드 푸 파이터스의 어쿠스틱 공연 실황을 담은 라이브 음반이다. 지난 8월 로스앤젤레스 팬타지스 극장에서 열었던 콘서트와 팬들과의 정겨운 교감을 생생히 담았다. 워낙 강렬한 록 음악을 선사하는 밴드지만 여기서는 잔잔한 어쿠스틱 연주를 들려주는 재치가 돋보인다. 밴드의 리더 데이브 그롤이 너바나 출신이라 자연히 너바나의 MTV 언플러그드 앨범이 떠오르지만 푸 파이터스의 이 어쿠스틱 라이브 실황이 훨씬 더 편안하고 생동감 넘친다.

두 장의 CD 가운데 한 장을 어쿠스틱 사운드로 채운 전작 [In Your Honor](2005)의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Ever Long’, ‘My Hero’, ‘Everlong’, ‘Best Of You’ 같은 히트곡 등 총15곡을 담았다. 첫 트랙 ‘Razor’의 후반부 반전이 즐겁고, 대미를 장식하는 ‘Best Of You’와 ‘Everlong’에 이르면 푸 파이터스의 공연에 완전히 동화된다. 기존의 강성 록을 부드럽게 재편집했으며 오리지널의 거친 에너지와 어쿠스틱의 싱싱한 아름다움을 동시에 살린 멋진 앨범이다.

Love Is All You Need

The Beatles - Love
비틀즈 (The Beatles) 노래 / 이엠아이(EMI) / 2006년 11월

비틀스는 세대와 국경을 아우르며 음악을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밴드다. 또 그들의 음악은 세상의 모든 이들을 하나로 묶는 마법이 있다. 해체한지 37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비틀스를 여전히 사랑하며 그들이 남긴 불멸의 노래로 위안과 행복을 얻는다. 총78분에 걸쳐 사랑과 평화를 주제로 한 화려한 ‘비틀스 메들리’를 들려주는 이 앨범은 비틀스가 분명한 진행형이자 ‘클래식’으로서 무한 재해석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비틀스의 프로듀서였던 조지 마틴이 그룹 초창기 데모 버전, 콘서트 실황 등에 커트 앤 페이스트, 믹싱 같은 첨단 기술을 적용, 2006년판 비틀스를 만들어냈다. [Abbey Road] 음반 B면처럼 노래들이 죽 연결되는 듯해서 팝 오페라를 연상시키며, ‘While My Guitar Gently Weeps’처럼 예술성 짙은 조지 해리슨의 노래들이 더욱 부각되고 신선하게 바뀐 것이 큰 특징이다. 라스베가스에서 열리고 있는 ‘태양의 서커스’ 공연 [러브]의 배경음악이기도 하다.

오늘밤 우리는 로큰롤 스타

Oasis - Stop The Clocks : The Best Of Oasis
오아시스 (Oasis)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6년 11월

‘오만한’ 갤러거 형제가 이끄는 록 밴드이자 영국 정통 로큰롤의 수호자인 그룹 오아시스의 첫 베스트 앨범. 영국 팝 음악 역사상 최고의 데뷔작으로 평가 받는 [Definitely Maybe](1994)부터 최근에 낸 6집 [Don’t Believe The Truth](2005)까지 밴드 멤버들이 직접 선곡한 18트랙이 수록된 최강의 컴필레이션 음반이다. 마르고 닳도록 들어도 결코 질리지 않는 오아시스의 주요 레퍼토리들과 그들 음악의 정수를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다.

“오늘밤 우리는 로큰롤 스타”라고 잘난 체 하던 1집의 ‘Rock ’N’ Roll Star’와 이들의 영원한 우상(이자 동시에 비아냥의 대상)인 비틀스와 조지 해리슨에 대한 오마주 ‘Wonderwall’, 마지막 트랙인 시그니처송 ‘Don’t Look Back In Anger’ 등을 차례로 들으면 건방지고 냉소적인 태도 속에서도 ‘자신들의 음악제국’을 구축한 브리티시 로큰롤 밴드 오아시스의 탄탄한 음악성에 감탄하게 된다. 3집 [Be Here Now]의 노래가 하나도 없다는 게 유일한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