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수학여행 - 세계적인 수학자 김민형 교수가 아들에게 꼭 일러주고 싶은 세상의 모든 질문들
김민형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밤중에 이 글의 첫 장을 읽기 시작했을 때 몇 줄 읽다가 정신이 번쩍 나서 등을 곧추 세우고 읽어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곧바로 느껴지는 쨍한 감정이 있었다. 책은 한 달 남짓, 어린 두 아들 그리고 아내와 떨어져 혼자 유럽에서 연구 여행을 해야했던 한 수학자 아버지가 그리움을 달래려고 아들에게 쓴 편지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이도 없고 수학자도, 그 어떤 종류의 연구자도 아닌 내게 어떤 점이 그렇게 단번에 와 닿았을까 싶기도 한데, 생각해 보니 그건 글쓴이가 수학자여서도 아니고 유럽을 여행하고 있어서도 아니며 편지에서 묻어나는 아들에 대한 다정함 때문만도 아니고 바로 글쓴이의 시선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세상과 인생, 우주를, 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 우리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오랜만에 만나보는 철학자의 시선이었다.  

 

 

그렇다고 철학적 질문들이 어렵고 진지하게 제기되고 답을 찾아 파헤쳐 들어가는 식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물음들은 -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우리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이 땅에 오기 전에 우리는 어디에 있었을까 … - 갑자기 가족과 떨어져 지내게 된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하는 시시콜콜한 안부들 속에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어떤 의문이나 호기심이 들 때 그 의문들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그러나 너무 사변적으로 흘러가지도 않고, 떠오르는 그대로 곰곰 곱씹어 보는 태도가 지켜보는 이로서도 무척 흥미롭고 유익했다. 또 비단 철학적인 물음뿐 아니라 제목처럼 수학과 함께 과학 이야기도 제법 길게 언급되며, 나아가 베토벤과 슈베르트 같은 음악가들 이야기, 하이네, 엘리엇 같은 시인들 이야기도 비중 있게 소개 되어 다양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거리와 다정함이 함께 담긴 편지 혹은 일기를 나누어 보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여섯 번째 편지에서 소개한 모차르트의 '해질 무렵의 느낌(Abendempfindung)'이나 열일곱 번째 편지에서 소개한 슈베르트의 '봄에(Im Fruehling)' 등 아름다운 가곡들을 찾아 들어보게 된 것이 책에 딸린 별책부록처럼 반가운 선물이었다.  

 

 

끝으로 자신을 이 땅 위에서 '수련 여행'을 하는 여행자로, 이곳에서의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으로 묘사한  마지막 부분에 수긍하고 공감했다. 우리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각자의 즐거움을 소재로 가지고 이곳에 와서 자기만의 시선에 충실하게 소풍을 잘 즐기다 간다면 그 또한 멋지겠다는 바람을 품게 해 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