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와 고갱의 유토피아 - 인문학자 이택광, 이상을 찾아 떠난 두 화가의 빛과 어둠을 말하다
이택광 지음 / 아트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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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고갱, 고갱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 반 고흐.

왜 반 고흐는 고갱 때문에 자신의 귀를 잘라야 했을까? 그 가슴 아픈 이야기의 스토리는 이 한 권의 책으로 풀어냈다.

<반 고흐와 고갱의 유토피아>를 읽게 된 이유부터 설명해야겠다. 난 그림이나 예술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정작 전문서적은 별로 읽지 못했다. 읽으면서 얻는 재미가 흥미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행적인 흐름에 00파로 나눠지는 그림이나 그리는 기법 등 알고자 하면 밑도 끝도 없었다. 그저 깊게 들어가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만 알고 싶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안성맞춤이었다. 반 고흐와 고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그들의 그림까지 이해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반 고흐는 생긴 것처럼 우직하고 부드럽지 못하다. 정말 미친 사람처럼 살았다. 돈은 없어도 물감은 좋은 걸 샀으며 술과 여자에 집착했고 한번 그림 그리기 시작하면 식음을 전폐했다. 그의 성격과 생활, 작품들을 연속해서 살펴보면 정말 이해하기 힘든 사람으로 보였다. 그림에 미쳐있으면서도 어딘가 불안해보이고 술버릇이 고약해서 기괴한 짓도 서슴치 않았으니 말이다. 그에 비하면 고갱은 영국 신사 같았다. 매너있는 행동에 술도 적당히 했고 딱히 단점으로 꼽을 만한 것도 없었다. 이성적이고 계산적이었으며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다. 반 고흐에 비하면 평범했다. 그런데 이 둘이 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을 했다. 반 고흐는 기름이었고 고갱은 물이었다. 한데 모으지만 자꾸만 흩어지는....

반 고흐는 고갱을 무척 좋아했다. 반 고흐가 동생에게 부탁해서 고갱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집을 장만까지 했으니 고흐가 고갱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었다. 둘 다 그림을 팔지 못해 생계가 불투명했던 시절, 어느 정도 생활이 보장된 환경을 고갱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만난 이 둘은 처음엔 잘 지내는 듯했다. 서로가 그린 그림을 인정하고 조언까지 했다. 하지만 성격이 다른 것처럼 그림을 이해하는 방식도 판이하게 달랐다. 고흐는 그림에 감정을 투영했고 고갱은 그림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서로가 추구하는 그림의 이상향이 다르다 보니 급기야 논쟁까지 하게 됐다. 불편한 관계에 있던 찰나 반 고흐의 우울증은 심해지고 술주정을 빈번히 하게 된다. 불안감을 느낌 고갱은 고흐에게서 떠나고자 얘기 했고 그 '충격'으로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르게 된 것이다.

 

고독을 참지 못하는 반 고흐는 자기 곁에 있을 친구가 필요했다. 그리고 고갱은 자신의 그림을 인정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극단적이지만, 철저히, 서로에게 필요해 만난 계산적인 사람들이었다는 얘기다. 결국 고독하고 쓸쓸하게 그림을 그리다 자살하는 고흐.

자살 전 2개월 동안 80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 이는 하루 평균 한 점 꼴로 그림을 그렸다는 말이다. 반 고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그림으로 쏟아내고 죽은 건지도 모른다. 고갱을 그리워하며 죽은 건지, 아니면 우울한 나머지 모든 것을 그림으로 남기고, 더 이상 미련 없이 죽은 건지 아무도 모른다.

고독하고 불쌍했던 반 고흐. 이상하게 나는 그의 삶이 뜨겁게만 느껴진다. 고집불통, 사회성도, 인기도 없었던 그였지만 단 한 가지,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고흐의 그림들이 이전까지는 그저 멋지고 예뻤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아름다운 것도 다 슬프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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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크랩 - 1980년대를 추억하며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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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도대체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의 매력은 무엇일까? 

언제 꺼내 읽어도 한결같은 재미와 웃음을 주는 하루키 특유의 명품 엉뚱함이란...

<더 스크랩>은 1980년대 초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에세이다. 시간의 기록은 30년이나 훌쩍 지났지만 막상 읽어보면 전혀 어색하거나 고리타분하지 않다. 오히려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 흠뻑 빠져들 수 있었다. 1982년~1986년까지의 연재글이라니. 1982년이면 내가 세상에 태어난 해다.+_+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는 까마득한 시간들. 하루키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열심히 연재를 하고 소설을 쓰고 번역을 했을 것이다. 현재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라 불리지만 1982년 당시엔 세계적인 작가가 될 것이라고 예상이라도 했을까? 이거 몹시 궁금하네... 

 

오로지 소설을 쓰겠다는 일념으로 헤비스모커에서 금연가로, 아침형 인간으로, 러너로, 트라이애슬론 선수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노력해왔다. 1분, 10분, 1시간, 하루, 일주일, 1년, 10년....꾸준히, 하루도 거르지 않는 그의 뚝심이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에세이가 됐건지도 모른다. 소설은 상상력과 노력의 결과물로, 에세이는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말이다.

 

가끔 하루키의 삶을 들여다보면 답답해 보일 때가 있다. 딱히 자주 만나는 친구는 없는 것 같고, 자식도 없고, 집밖으로 잘 나가지도 않고 말이다. 그런데도 에세이집을 보면 별의 별 상황들이 다 쏟아져 나온다. 단순한 일상패턴인데 끊임없이 나오는 에피소드를 볼 때면 도대체 하루키는 언떤 인간인가?라는 생각에 하루키에 대해 알다가도 모르겠다. 난 분명 하루키를 거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에세이들을 보면 또 내가 아는 사람이 맞는지 갸우뚱하기도 한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작가, 끊임없이 실험하는 도전형 인간, 한 우물만 죽어라 파는 일편단심형 인간, 또 반대로 숫컷 남자로서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야한(?) 남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불쑥불쑥 생각지도 않은 매력들이 튀어나와 깔깔거리고 좋아하는 걸까?@_@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다. 소설가가 에세이를 쓴다는 것이 딱히 이상할 것도 없지만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좋아하면 그것대로 문제가 될지 모른다. 커피전문점을 하는데 커피보다 치즈 케이크가 더 잘 팔린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난감할 것인가?+_+ 지금 내가 걱정하는 건 그의 에세이의 매력에 빠져 정작 소설이 재미없어질까 걱정이다. 그만큼 하루키 에세이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아참, 하루키는 안 그럴 것 같은데 다른 작가 뒷담화도 제법 잘 깐(?)다.^^ 하루키는 정말, 양파가 아닐까?

벗기면 벗길수록 계속해서 뭔가가 나오니까. 이러니 궁금해서 에세이를 안 볼 수 있나.

큰일이다.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허허...이 양반 유머에 술렁술렁 넘어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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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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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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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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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왜 인문학인가?

그 해답을 주는 책 한 권을 꼽으라 하면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택할 것이다. 

  

 

왜 수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을 공부하라고 할까? 도대체 인문학이 무엇일까?

인문학이란 간단히 말해 '인간'이란 무엇인지 탐구하는 문학이다. 고로 스스로 하는 행위들의 해석을 도와주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남들과 똑같은 주입식 교육을 받고 남들 하는 대로 열심히 살아 온 우리 세대들은 특히나 인문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 사회에 나가기 전까지, 혹은 사회에서까지 튀지 않고 남들과 동일하게 행동하도록 강요받아 왔다. 그 결과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면 싫어하는지조차 모르며 살아왔다. 감정까지도 따라 하려 하고 있다. 남들이 웃으면 웃고 남들이 눈물을 흘리면 슬퍼한다. 개미들처럼 뭉치거나 우르르 떼지어 다니는 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이미 철저하게 감정과 정신까지 길들여져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린 고독과 외로움, 사랑과 우정, 슬픔과 고통 이런 감정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의 감정을 정해주길 기다리고 있다.

이미 자신의 선택따위는 포기한 채 말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읽기 편한, 친절한 감정 안내서다. 다소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인문철학서를 깔끔하게 포장시켰다. 인간에 대해 가장 탐구적으로 세계에서 인정받은 세계문학을 내세워서 말이다. 세계문학을 예를 들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인식시켜 주고 이 책의 핵심인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활짝 열어주었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절망이란 무엇인지, 분노, 질투란...

 

이 책 덕분에 세계문학전집의 유명한 명작들을 한번 훑은 기분이다. 물론 그중 읽고 싶은 책들은 따로 읽어볼 작정이다. 난 스스로 감정에 대해 솔직하다 생각했지만, 이 책을 보니 그동안 나는 30% 정도 솔직했던 것 같다. 남들 시선이 두렵고 쑥스럽고 혹시나 상처 입을까 피하기도 했던 내 모습이 바보 같아 보였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의 가식이나 가면이 필요하지만, 솔직한 감정을 내보이는 것 역시 필요하다. 만들어진 가면과 원래의 나 사이에 끊임없이 갈등할 때, 이미 나는 남들과 똑같이 해야 된다는 거울이 됐는지 모른다.

 

난 언제나 갈대처럼 흔들리기만 하는 존재인가 보다. 끊임없이 무언가 욕망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도 어쩌겠어? 스스로에게 솔직해져야지.

마치 위대한 개츠비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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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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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도 맛이 있다는 거 아세요?'

두꺼운 책은 긴 여운을 남긴다. 동전의 양면처럼 아주 만족하거나 아니면 아주 실망하거나. 이 책은 전자여서 다행이었다.

<스노우맨>은 해리 홀레 형사 시리즈 중 대표작으로 전 세계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해리 홀레 형사는 오슬로 경찰청 강력반 반장이다. 해리 반장의 캐릭터가 참 마음에 든다. 혼자 있을 땐 지구 전체를 통틀어 가장 외롭고 고독한 사내의 얼굴을 하다가도 살인사건이 발생하면 우사인볼트처럼 사건에 전력 질주한다. 일을 할 땐 사내 정치고 윗사람 눈치고 뭐고 사건 해결에만 오로지 초첨을 맞춘다. 마치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린다. 이런 모습에 반하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나도 이렇게 빠져드는 데 말이다. 물론 독자들을 말이다.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강력범죄가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평화스러운 노르웨이에서 유일한 연쇄살인 사건 전문가다. FBI에서 연쇄살인을 위한 훈련을 받았다. 이 한 줄만으로 앞으로 끔찍한 연쇄살인범의 등장은 충분히 예견 가능하다. 그만큼 강력하고 센 이미지를 입히려 하지 않을까?

눈 내리는 밤, 한 여성의 실종신고가 들어온다. 수사가 진행되는 중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는 정보를 파악한다. 그리고 특이한 공통점은 집 앞에 하얀 눈사람이 있었다는 사실과 실종된 사람이 자식이 있는 평범한 유부녀라는 것이다. 실종된 여성들의 공통점을 파고들었더니 하나의 접점이 생겼다. 실종된 여성들의 자녀들이 다닌 '병원'이었다. 병원에 가서 조사를 하지만 의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이유로 자녀들에 대한 진료 기록을 알려주지 않는다. 아무 단서도 목격자도 없는 상황, 모든 가능성을 뒤지며 단서를 하나하나 찾으려 하는데...실종된 여성들은 죽었을까? 왜 실종된 것일까?

일본 장르소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스케일이 크다. 624페이지를 모두 다 소화하는데 있어 재미없거나 실망한 부분도 거의 없을 만큼 스토리상 완벽했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범인이 왜 연쇄살인을 저지르게 됐는지에 대한 동기도, 논리도 명확하다. 사실 이 부분에서 많은 작가들이 실수를 한다. '이 정도면 되겠지' '그래도 이렇게 한두 번 반전을 넣었으니 독자들도 만족할거야'라는 안이한 생각을 말이다.

살인사건, 범인, 스토리 라인, 이 삼박자가 잘 맞아야 비로소 책을 덮고도 만족할 만한 기억이 남게 된다. 유명하다 싶은 작품들을 보면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오히려 상상 이상으로 놀라서 문제지.(수준이 너무 높으면 다른 작품은 다 오징어로 보임..ㅠ_ㅜ)

각설하고, 마지막까지 <스노우맨>은 독자들을 리드했다. 무엇보다 끈질긴 해리 반장의 미친 분노와 정의감, 그리고 삐딱한 눈으로 본 세상에 분노하며 자신만의 이상을 완성하려는 연쇄살인범의 아픈 상처까지.

어쩌면 작가는 '20%'라는 확률을 조심스레 거론하며 세상에 경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스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내용은 생략) 이 사건은 충분히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어쨌든 이제 눈빠지게 생겼다.@_@ 해리 반장 시리즈를 다 읽게 생겼으니....근데 다 <스노우맨> 보다 두껍다..*_*;;

<스노우맨>을 읽다보니 드는 생각인데, 영화로 잘만 만들면 정말 대박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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