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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크랩 - 1980년대를 추억하며 ㅣ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평점 :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도대체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의 매력은 무엇일까?
언제 꺼내 읽어도 한결같은 재미와 웃음을 주는 하루키 특유의 명품 엉뚱함이란...
<더 스크랩>은 1980년대 초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에세이다. 시간의 기록은 30년이나 훌쩍 지났지만 막상 읽어보면 전혀 어색하거나 고리타분하지 않다. 오히려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 흠뻑 빠져들 수 있었다. 1982년~1986년까지의 연재글이라니. 1982년이면 내가 세상에 태어난 해다.+_+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는 까마득한 시간들. 하루키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열심히 연재를 하고 소설을 쓰고 번역을 했을 것이다. 현재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라 불리지만 1982년 당시엔 세계적인 작가가 될 것이라고 예상이라도 했을까? 이거 몹시 궁금하네...
오로지 소설을 쓰겠다는 일념으로 헤비스모커에서 금연가로, 아침형 인간으로, 러너로, 트라이애슬론 선수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노력해왔다. 1분, 10분, 1시간, 하루, 일주일, 1년, 10년....꾸준히, 하루도 거르지 않는 그의 뚝심이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에세이가 됐건지도 모른다. 소설은 상상력과 노력의 결과물로, 에세이는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말이다.
가끔 하루키의 삶을 들여다보면 답답해 보일 때가 있다. 딱히 자주 만나는 친구는 없는 것 같고, 자식도 없고, 집밖으로 잘 나가지도 않고 말이다. 그런데도 에세이집을 보면 별의 별 상황들이 다 쏟아져 나온다. 단순한 일상패턴인데 끊임없이 나오는 에피소드를 볼 때면 도대체 하루키는 언떤 인간인가?라는 생각에 하루키에 대해 알다가도 모르겠다. 난 분명 하루키를 거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에세이들을 보면 또 내가 아는 사람이 맞는지 갸우뚱하기도 한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작가, 끊임없이 실험하는 도전형 인간, 한 우물만 죽어라 파는 일편단심형 인간, 또 반대로 숫컷 남자로서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야한(?) 남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불쑥불쑥 생각지도 않은 매력들이 튀어나와 깔깔거리고 좋아하는 걸까?@_@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다. 소설가가 에세이를 쓴다는 것이 딱히 이상할 것도 없지만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좋아하면 그것대로 문제가 될지 모른다. 커피전문점을 하는데 커피보다 치즈 케이크가 더 잘 팔린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난감할 것인가?+_+ 지금 내가 걱정하는 건 그의 에세이의 매력에 빠져 정작 소설이 재미없어질까 걱정이다. 그만큼 하루키 에세이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아참, 하루키는 안 그럴 것 같은데 다른 작가 뒷담화도 제법 잘 깐(?)다.^^ 하루키는 정말, 양파가 아닐까?
벗기면 벗길수록 계속해서 뭔가가 나오니까. 이러니 궁금해서 에세이를 안 볼 수 있나.
큰일이다.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허허...이 양반 유머에 술렁술렁 넘어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