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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평점 :
35개 언어로 번역되어 2천 3백만부 이상의 책을 세계에 뿌린 베르나르베르베르는 정말 세기의 글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프랑스의 보물인 것 같다. 개미를 통해 알게된 것이 삼십여년전 같은데 아직까지 이렇게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기억1,2를 읽은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신간이 또 나왔다기에 깜짝 놀랐다. 그런데 이 작품은 프랑스에서는 2015년 출간되었지만 우리나라에는 뒤늦게 출간된 책 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희곡이고 프랑스에서는 실제 무대에서도 사랑받은 작품이다.
주인공 아나톨은 판사인데 폐암수술을 하다가 침대에서 생의 마지막을 허망하게 마감한다. (주 35시간 근무가 끝났다며 무책임하게 떠나 버리는 의사로인해 희망이 꺼져버림) 그렇게 지난 삶에 대해서 천국에 도착하여 재판을 받게되는 아나톨은 자신을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남편, 좋은 가장 좋은 신자, 좋은 직업인 등이였다며 소회를 밝힌다. 하지만 검사인 베르트랑은 3살때에 싸움에 대한 트집을 시작으로 예쁜 배우자를 고르려는 노력, 부정을 저질러서 행복을 찾으려는 노력, 공정하지 못한 판결, 속도 위반, 흡연 등을 이유로 사형 다시말해 삶의 형을 구형한다...그리고 아나톨은 카롤린과 변호에 나서게 되는데...
심판은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농담처럼 던진다. 주 35시간 근무를 마쳤으니 퇴근해버리는 의사의 모습, 압력을 받아 살인자를 무죄로 판결한 것이 어쩔 수 없었다는 판사의 모습, 부모의 무관심으로 사탄을 숭배하고 마약하는 자녀 등의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안타깝다기보다는 농담을 들은 듯 실소를 머금게 . 책 속 천국의 가치관이 던지는 물음에 허둥대게 되는 아나톨을 보며 연신 실소를 머금고 읽다보면 자신을 반추하며 어떻게 반론을 이어나갈지 궁금함을 품고 즐겁게 읽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소설 '기억'에 이어 또 죽음과 사후세계 전생에 대한 소재를 사용하지만 살짝 진부한 생각이 들지 않도록 다른 각도에서 희곡으로, 완벽할 수 없는 존재인 인간을 지난 삶을 곱씹어보는 아나톨을 통해 보여주며 나는 정말 노력하며 열심히 살았는가? 심판하며 돌아보게 해주는 책으로 웃음지으며 읽어 나갈 수 있었기에 강력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