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세븐틴
최형아 지음 / 새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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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 우리가 불행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 내가 이해하고 있는 대답 하나는, 그것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욕망을 대변하는 것이 침묵이고 어떻게든 변화하고 싶다는 욕망을 대변하는 것이 말이라면, 더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말해야 한다. 그저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되고 잊어버려도 되는 체험 따윈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의 일부이다. 이 소설에 대한 말이지만, 요즈음 우리 사회에 대한 말이라고 해도 억지스럽지 않다. 요즈음의 한국은 '미투 운동(Me Too movement, #MeToo은 2017년 10월 미국에서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및 성희롱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게 된 해시태그를 다는 행동에서 시작된 해시태그 운동이다. 출처: 위키백과)'으로 뜨겁게 달궈져 있다. 그리고 작가의 말은 사람들이 이 운동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대변한다. 한 개인의 체험은 우리 모두의 체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 윤영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성형외과 의사다. 그러나 그녀의 내면은 어린 시절에 받은 성폭행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썩어 문드러진 상태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이 자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그것을 소중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윤영은 자신의 성性과 사랑, 행복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래야 현실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윤영과 같은 사람은 아주 많을 것이다. 이 불행은 윤영만의 체험이 아니다. 나와 내 소중한 사람들도 겪을 수 있고, 실제로 겪는 일이다. 그렇기에 외면과 침묵은 자신에 대한 벌이다. 미래의 나에게 견딜 수 없는 삶을 벌 주는 것과 같다.

소설은 거칠게 전개 된다. 꼼꼼한 단서들이 연결되어 스릴감을 주거나 탄탄한 줄거리가 결말까지 숨차게 끌고 가는 글은 아니다. 듬성듬성 뚫려 있다. 그래서 그 뚫려 있는 부분을 자신의 경험과 상상으로 채워 읽기를 추천한다. 그러면 더 풍부한 의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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