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참 재밌는데 또 살고 싶진 않음 - 매일매일 소설 쓰고 앉아 있는 인생이라니
고연주 지음 / 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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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은 자신의 우울이 욕심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했고 나는 나의 우울이 결핍으로부터 온다고 말했는데 그 둘은 하나도 다르지가 않았다."

나는 책을 지저분하게 읽는 편이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나오면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고, 펜이 없을 때는 귀퉁이를 접어서라도 꼭 표시를 해 둔다. 아무리 (내 기준에서) 재미 없는 책을 읽더라도 마음을 쿵 치는 부분이 하나 정도는 있다. 

이 책은 내 마음을 여러 번 때렸다. 그런데 '내가 이 부분에서 공감을 했어'라고 밑줄을 치려고 할 때, 이상하게도 주변을 둘러 보며 눈치를 보게 되었다. 당연히 그럴리는 없지만, '혹시 내가 이 부분에 공감한 걸 남들이 보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람들은 내면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 한다. 특히나 자신의 나약한 부분은 더욱 보여주기 어렵다. 얕잡아 보이거나 무시당할까봐 그런 것이 아니라, 내 감성적인 부분이나 연약한 정신을 알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겁이 나는 것이다. '저렇게 부정적인 사람이랑은 어울리기 싫어'라는 생각을 할까봐, 나의 우울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그런 어려운 일을 저자는 하고 있다. 자신의 삶과 고민, 그리고 감정을 아주 아주 솔직하게 말한다. 제목부터 '인생 참 재밌는데 또 살고 싶진 않음'이다. 자신의 삶과 능력을 관조하는 시선과 냉소적인 말투, 그리고 자괴감과 우울. 이런 것들이 이 책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우울로부터 나는 위로를 받았다. 자신의 무능력함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합리화하고, 아등바등 더 사랑해보겠다고 애쓰는 모습에 너무나 공감했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그러니까 자신의 우울함과 나약함을 사람들에게 드러내며 위로를 받을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한다.

"그냥 고맙다고 하면 어쩐지 건방진 느낌이 든달까. 물론 나도 고깃집 사장님이 예쁘다고 하면 대충 고맙다고 하고 넘기기도 한다. 하지만 열과 성을 다해 대답을 하면, 배배 꼬는 거지. 못되게 말하기는, 훨씬 많은 마음이 필요한 일이다. 대화에 오롯이 집중해야 하고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하며 내가 치고 들어갈 적당한 지점도 봐야 하고 상대방의 관계나 분위기와 맥락까지 고려해서 적당한 걸 찾아야 한다고. 
마음을 많이 쓸수록 나는 내 생각과 내 생각이 싸우게도 하면서 내 생각이 내 생각을 의심하고 내가 나를 비꼬면서,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살겠지. 둘 다 포기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가끔 그렇게 살면 피곤하지 않으냐고 묻는다. 
피곤하다. 엄청 피곤해. 다만 이렇게 살지 않는 게 더 피곤하다. 이렇게 생겨 먹은걸. 
이런 지난한 과정을 함께해주는 내 곁의 사람들에게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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