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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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나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그 와중에 편식까지 했다. 
소설보다는 비문학을 즐겨 읽었고, 문학에 흥미를 느낀 후에도 외국 소설을 더 많이 읽었다. 
한국 소설은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현대 한국 소설은 거의 펴지도 않았다.

나에게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현실로부터 도피였다.
그래서 현실감이 없는 먼 외국이거나 일본 소설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것들이 좋았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한국 소설에서 느껴지는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를 테면 상실감, 처연함, 고통스러움 등) 특유의 정서가 부담스러웠다.

그러던 내가
한국 소설을 읽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전에 좋아했던 친구에게 선물 받은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계기였다. 
일본 소설을 읽을 때와 비슷한 감성을 느꼈다. 
그렇게 한국 소설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조금씩 친해져 갈 때에,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친구가 대신해서 반납해달라고 부탁해서 도서관까지 가져가는 길에 읽다가 끝까지 읽어버렸다.
실제 사건이나 역사에 기반한 이야기를 꺼려오던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분노, 감동, 슬픔, 감사... 이루말할 수 없는 감정들이 몰려왔다. 

아무리 내가 현실이나 사회에서 도피하려고 해도 
결국은 세상 속에서 산다.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흘러가는 역사의 한 줄기에 있다.
그런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것이 문학이다. 

역사를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소설은
감성을 그려내는 것들과는 다른 깊이와 무게로 다가온다.
'2017년 촛불'이라는 선명한 기억을 가지게 되면서
이제는 나도 그 책들의 무게를 감당해야하는 때가 온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영화 <1987>과 김숨의 소설 <L의 운동화>가 떠올랐다. 
이 작품들이 이한열 열사
라는 특정 인물에 주목했다면,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는 그 시대를 산 평범한 군상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수'라는 이름만큼이나 평범하고 흔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 삶은 무엇이 더 가치있다고 감히 평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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