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으니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부터 5박 6일 간의 독일 캠프 일정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 기간동안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사람들과 떠들고, 늦게 잤으며, 아주 많이 먹었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방탕'해졌고 '타락'한 것이다. 독일에 가기 전 나의 생활과 비교하면 확실히 나빠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나는 술과 담배를 일년 간 끊었었고, 일적인 관계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만나지 않았다. 어떠한 생산적인 활동(과제나 세미나 등)이 아닌 친밀함만을 위한 관계(친구들과의 만남)를 피했다. 그리고 오후 6시 이후에는 잘 먹지 않았고, 채소 위주의 식단과 매일 1200칼로리가 넘지 않도록 조절했다. 초콜렛이나 젤리 등 군것질은 일절 삼갔다. 매일 1만 5천보 이상 걸었고, 아침에 눈을 뜨면 공복에 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요가를 했다. 이상적인 삶이다.
이런 생활이 행복해서 그랬냐고 묻는 다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런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와중에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고칼로리의 음식들을 모아서 폭식을 하고 목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억지로 토한 뒤, 좌절감과 자괴감에 사로잡혀서 죽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잠이 들면 깨지 않기를 바랐다.
이런식으로 나는 152cm에 37kg이라는 저체중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실 섭식장애를 더 심하게 겪고 있던 8월까지는 33kg이었다. 그 때에 비하면 4kg가 쪄서 요즘에는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33kg까지 빼고 싶었다.
이 책을 읽고 독일에 도착한 나는 '타락'했다. 사회가 요구하는 무기력하고 힘 없는 거식증에 걸린 소녀가 아니었다. 고칼로리의 소세지(심지어는 소스로 케찹을 엄청나게 부은!)와 돼지 고기, 소고기를 먹었고, 아침마다 조식으로 나오는 달달한 크로와상을 먹었다. 간식으로 초콜렛과 젤리도 빼놓지 않았다. 당연히 살은 쪘고 한국으로 돌아온 나의 몸무게는 40kg을 찍었다. 2년 사이에 최대 몸무게다.
그리고 나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섰다. 다이어트를 시작해서 다시 37kg으로 돌릴 것인가, 아니면 신경쓰지 않고 여행의 여운을 즐기며 변화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름다움을 쫓을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다시 관 속으로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햇빛이 보이는 세상에서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