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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 ㅣ 하룻밤의 지식여행 13
폴 코블리 지음, 조성택 외 옮김 / 김영사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부터 기호학 세미나에 참여하고 있다. 학교에서 열린 '시각 기호학' 같은 기호학 강의를 수강한 적은 있지만, 스스로 기호학 전반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세미나에 참여하기 전에 잠깐 읽을 수 있는 기호학 입문서를 찾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책들은 이름은 '입문'이지만 두께나 다루는 깊이는 입문용이라기보다는 한 학기 동안 교양 강좌에서 배워야 할 것 같은 개론서에 가까웠다. 나는 기호학 전반에 대해 개략적인 지식을 얻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짧고(길면 앞 부분만 읽다가 끝난다) 쉽게 쓰여진 책이 필요했다.
하룻밤의 지식여행 시리즈 35 <기호학>은 이런 나의 상황에 딱 맞는 책이었다. 말 그대로 하룻밤 만에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다. 기호학이라는 학문이 무엇인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에 있는 '더 읽기'에는 기호학의 개론서 두 권을 추천하고, 본문에서는 이름과 주요 사상 밖에 소개할 수 없었던 학자들의 책도 잘 정리해놨다. 덕분에 책을 읽다가 호기심이 생겼던 학자들에 대해 더 알아볼 수 있었고,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거론되는 학자들의 대표적인 책을 찾아볼 수도 있었다.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이제 '하룻밤의 지식여행 시리즈'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사실 기호학 입문서를 찾는 와중에 우연히 발견했을 뿐, 김영사 서포터즈를 하면서도 김영사에서 이런 시리즈를 내놨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기사를 찾아보니 2001년부터 출판한 시리즈로 70년대 후반부터 출간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영국 아이콘 북스의 '입문하기'(Introducing) 시리즈를 의역한 것이라고 한다. '입문하기'(Introducing) 시리즈는 촘스키, 양자론, 수학, 진화심리학, 철학, 사회학, 심리학, 이슬람, 프로이트, 라캉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약 60권 정도 출판되었다고 한다.
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다보면, 내용에 언급되는 학자나 사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있다. 학문은 서로 연계되어 있고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기회에 자세히 공부하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적 한계도 있고 옆 길로 빠질 우려도 있다. 그럴 때는 '짧고 가벼운' 책이 필요하다. 이 시리즈는 바로 그 때 볼 수 있는 책이다. 특히 내용의 진중함은 잃지 않으면서,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하면서 흥미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만 알고 있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좋은 시리즈다. 어떤 주제에 관하여 입문용 책을 찾고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