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1
조승연 지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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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책을 골랐는가? '언어 천재'라는 말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아마 여러 방송을 통해 조승연이라는 사람을 아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독학으로 7개 국어를 배운 저자 조승연에게 언어 천재라는 별명은 잘 어울린다. 하지만 사실 나는 TV를 잘 보지 않아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조승연이라는 사람에 대해 몰랐다. 그래서 단순하게 책의 표지를 보고 '언어 천재'라는 단어에 호기심이 생겨서 읽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대에서 외국어 능력이 중시되면서 빠르면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느리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영어를 배우게 된다. 대부분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배우기 시작해서 (영어를 사용하는 직업을 갖지 않는다면)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영어에 시달릴 것이다. 영어뿐만이 아니다. 중, 고등학교 때는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등 제 2외국어도 배워야 한다. 우리는 이렇게 거의 20년을 외국어를 학습한다. 하지만 자신이 배우고 싶어서 즐겁게 배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저 필요하다니까 배우고, 외우라고 하니까 외우면서 '시달리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저자는 "언어 공부가 취미"라고 말한다. 취미라고 하면 보통 영화 감상, 음악 듣기, 스포츠 등 즐거운 것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어떻게 하면 언어 공부가 즐거울 수 있을까? 

셰익스피어는 연극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수많은 연극에서 '세상은 무대고, 모든 사람은 캐릭터다', 즉 '인생은 드라마다'라는 대사를 반복했다. 셰익스피어의 히트작 <베니스의 상인>에서 안토니오라는 상인이 친구 그라티아노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은 세상일 뿐이야, 그라티아노.
모든 사람에게 배역이 있는 하나의 무대지.
그런데 나는 슬픈 역을 맡았어."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희곡 <뜻대로 하세요>의 대사처럼 사람들은 '세상은 무대이고, 사람들은 배우일 뿐이어서, 모두가 적당할 때 입장하고 퇴장한다'라고 믿게 되었고, 연극 캐릭터가 연기할 때 얼굴에 쓰는 가면을 뜻하던 'persona'라는 단어는 진짜 사람을 뜻하는 'person'과, 그 사람의 캐릭터, 즉 개성을 뜻하는 'personality'라는 단어로 발전했다.

언어는 사람 공부다. 사람들은 언어를 그냥 사용하지 않는다. 언어는 동물처럼 단순한 소리를 내는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인 배경에 따라 학습해서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 적절하게 산출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는 반드시 배경이라는 게 있다. 

저자가 '언어 천재'가 된 비법이 바로 여기에 있다. 말의 배경을 알면 배우기가 즐거워지고 쉬워진다는 것이다. 보통은 단어장을 보며 무작정 암기한다. "person은 사람"을 반복해서 외운다. 그리고 "personality는 성격, 개성" 도 반복해가며 암기한다. 이렇게 무작정 반복해서 외우고, 단어 시험을 보고, 며칠이 지나면 잊어버린다. 이런 학습은 재미도 없고 정말로 배움이 되지도 않는다. 반면에, person이 연극 캐릭터가 연기할 때 얼굴에 쓰는 가면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personality가 그 사람의 캐릭터를 말하는 데에서 유래되었다는 배경을 알면 이 단어들은 안 잊어버리게 된다. 더구나 셰익스피어의 희곡까지 알게 되니, 말그대로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는 것이다. 언어 공부는 이렇게 해야 한다. 

우리가 언어를 공부하는 목적은 눈 앞의 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이 아니다. 언어의 목적은 소통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잊고 그저 암기에만 매진한다. 단순히 언어를 아는 게 아니라 쓸 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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