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시대 - 공감 본능은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위해 진화하는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최재천.안재하 옮김 / 김영사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는 오래 전부터 인간의 행동의 근원을 설명하고 싶어했다.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하는 밑바탕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 철학이 발달했고, 그로부터 다양한 학문들의 갈래가 생겨났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그렇게 행동을 하는 이유가 있고, 그것을 '동기'라고 부른다. 심리학의 목적은 인간 행동의 동기를 규명하고, 그로부터 미래에 어떤 행동을 할 지 예측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에는 인간의 '동기'를 두 가지 전제로 설명했다. 첫 번째 설명은 홉스의 "호모 호미니 루푸스(인간은 인간에게 늑대가 된다)"라는 격언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본성이 탐욕적이고 경쟁적이라는 것이다. 끊임 없는 전쟁이 명백한 증거다. 두 번째 설명은 사회 다윈주의다.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른 진화론에 바탕을 둔 사회 다윈주의는 근대사회의 계급 불평등이나 빈부격차, 개인주의를 정당화했다. 좀 더 최근의 말로 바꾸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것일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강력하게 말한다. 그는 오랜 시간에 걸쳐 영장류 동물과 인간 사이의 유사점을 찾는 다양한 실험 연구를 진행하며 인간 본성에 대한 가정을 다시 검토했다. 그 결과, 인간에게는 이기적 본성이 있지만 행동은 '자율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인간은 이기적 본능 못지 않게 사회적 본성도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프란스 드 발이 인간의 이기적임과 잔인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의 DNA는 보상을 얻기 위해 작동할 뿐 아니라 공감에 의해서도 작동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저자의 입장은 <이기적 유전자>를 집필한 리처드 도킨스와의 만남에 대한 언급으로 대변된다.

자연이라는 책은 <성경>과 같다. 즉 인내에서 무자비함까지, 이타주의에서 탐욕까지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의미를 부여하며 읽는다. 그렇다 해도 알아두면 좋을 것은 생물학자들이 끊임없이 경쟁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경쟁을 지지한다는 것은 아니며, 생물학자들이 유전자를 이기적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실제로 유전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강이 성나거나 햇살이 다정할 수 없는 것처럼 유전자도 ‘이기적’일 수 없다. 유전자는 작은 DNA 덩어리일 뿐이다. 기껏해야 ‘자기를 내세우는’ 정도다. 왜냐하면 성공적인 유전자라면 자신의 운반체가 자신을 더 많이 복제해 퍼뜨리는 걸 돕기 때문이다.
스킬링은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이기적 유전자의 비유에 완전히 속아 넘어가 우리의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면 우리도 이기적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도킨스가 의미한 바는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중략)
나는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말이 동물이나 인간의 실제 동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만 제대로 이해된다면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었고, 도킨스는 순수한 친절도 포함하는 모든 종류의 행동이 자기 운반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선택된 유전자에 의해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동의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진화를 이끄는 것과 실제 행동을 이끄는 것을 분리하는 데 동의한 것이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는 우리가 가진 이 사회적 본성, 즉 '공감 능력'을 통해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을 뒷받침 하기 위한 다양한 사례 연구를 포함하고 있어서 책이 두꺼워졌지만,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하다. 맞다. 인간은 늑대같은 존재다. 하지만 무리를 지어 행동하는 늑대다.

  아래에 첨부된 영상은 프란스 드 발의 TED 강연이다. 책이 두꺼워서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지만, 인간의 본성이 궁금하다면 단 16분 짜리 이 강연만 봐도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강연에서는 공정성, 공감, 유대 등의 감정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는 실험 연구 영상도 볼 수 있는데, 몇 개는 보다가 웃음이 터질 정도로 재미있어서 꼭 추천한다.


https://youtu.be/GcJxRqTs5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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