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 - 자유에 이르는 삶의 기술 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 1
S. N. Goenka 지음, 윌리엄 하트 엮음, 담마코리아 옮김 / 김영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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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에 1년 간의 일본 교환학생 생활을 마쳤다. 일본은 거리 상 가까운 나라지만 타지에서 홀로 보낸 1년은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 자취를 하며 몸이 많이 부실해졌고, 덩달아 마음도 약해졌다. 한국에 돌아온 요즈음의 관심거리는 나 자신의 치유다. 나의 괴로움이 내면에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다. 심리 상담은 물론 요가나 명상 등을 찾던 중 '위빳사나 명상'에 대해 알게 되었다. 직접 참여하기 전에 위빳사나 명상이 무엇인지 부터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료를 찾아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을 읽고 마음의 평화나 안정을 찾지는 못했다. 애초부터 책 한 권을 본다고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기대조차하지 않았다. 내면의 행복을 찾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었던 것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들은 간단하면서도 어렵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이해되었다는 확신이 없다. 하지만 추상적인 설교의 끝에 분명한 길을 제시한다. 그래서 진정으로 내면의 평화를 원한다면 걷기를 시도할 가치가 있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상을 과학적이지 않고, 심지어는 마음이 약한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라고까지 생각했다. 특히 심리학을 전공으로 배우면서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작업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심리학과 종교나 명상의 차이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 이론을 세우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다.

우리는 실제로 감각에 반응하고 있을 때, 스스로 외부의 현실을 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감각은 우리의 지각에 의해 조건화 되고, 우리의 반응에 의해 조건화된 것입니다.


  사용하는 단어는 다르지만 학교 심리학 전공 수업에서 배우는 것과 같은 내용이다. 결국 더 나은 삶을 위한 지혜를 추구하는 것은 같다. 물론 맹목적인 믿음은 위험하다. 그리고 악의적으로 이용될 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마음에 병이 있어서 괴로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과학적인 증명'이 없어도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몸의 모든 입자, 마음의 모든 과정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순간 이상 남아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없고, 우리가 매달릴 수 있는 고정불변의 그 어떤 것도 없으며, ‘나’ 또는 ‘내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이 ‘나’는 실제로는 그저 항상 변하고 있는 과정의 복합체입니다.
   그러므로 명상가들은 또 다른 기본적인 실제인 아낫따, 즉 진정한 ‘나’라는 것은 없으며 영원한 자아나 에고는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헌신의 대상으로 여기는 자아는 계속 변화하고 있는 정신적, 육체적 과정들의 복합체로 이루어진 일종의 환상입니다. 몸과 마음을 가장 깊은 차원에서 탐구하면, 절대불변하는 응어리나 변화를 겪지 않는 본질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 어떤 것도 무상의 법칙으로부터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변화하는 일반적인 현상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면 또 다른 실제가 명확해집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이것이 나다. 이것은 내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무엇인가에 매달리면 불행해진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조만간 매달렸던 그 무엇인가가 사라지거나 이 ‘나’란 것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책의 원제는 <The Art of Living: Vipassana Meditation: As Taught>다.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된 책의 제목인 <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보다 원제가 더 책의 내용을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말그대로 이 책은 생각으로 행하는 삶의 기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인상깊은 것은 영원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원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것은 항상 변하고 있는 과정의 복합체라고 말한다. 항상 변화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계속해서 수행을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완성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 현실적인 가르침이라고 느껴졌다. 우리의 현실은 드라마나 영화처럼 끝이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한 계속된다. 이렇게 끝이 없다는 것이 나에게는 괴로움의 시작이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이 끝이 없다는 것이 희망을 갖지 못하게 만들었고, 살아가면서 이런 어려움들이 또 반복될 것이라면 도대체 왜 살아야 하는 것인가라는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모든 것이 변화하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계속 수행을 한다면 평화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이 생겼다. 

  앞이 캄캄하게만 느껴지는 사람에게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봤자 소용이 없다. 그래서 나는 많은 손길들을 뿌리쳤다. 이기적인 줄 알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희미하더라도 내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는 희망의 길이다. 길은 하나가 아닐 것이다. 내가 걷게 될 길이 어떤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은 것은 그 길을 찾는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

“각자가 섬이 되어라. 자신을 안식처로 삼아라. 진리를 섬으로 삼고, 진리를 안식처로 삼아라. 그 외에는 어떤 곳도 안식처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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