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초 : 연인들 사랑의 기초
정이현 지음 / 톨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속에 빠져들면서 나는 잠시 착각을 했었다. 점심시간에 준호의 담임선생님과 함께 식사를 하던 선생님의 딸이 민아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소개팅을 하게 된 두 사람이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며, 적당히 독특한 취향의 음악 듣기를 즐긴다는 사실을 알았을 떄, 짜릿한 스릴감 넘치는 소설이나 영화의 깜짝 놀랄만한 엔딩이나 우여곡절을 겪은 두 사람이지만 결국은 사랑으로 귀결된다는 착한 해피엔딩을 상상했다. 민아와 준호. 과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았던 두 남녀의 무난한 사랑은 그렇게 지속되리라, 생각했다. 이미 사랑의 1/2 결말이라 볼 수 있는 결혼을 한 내 입장에서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사랑의 기초였다. 제목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읽었다. 정석대로의 사랑 이야기가 이어진다. 몇번의 연애를 한 두 남녀가 새로운 만남을 통해 사랑에 빠진다. 이 땅의 모든 연인들의 기본 코스이듯, 수줍은 첫 만남에 호감도가 상승하고 서서히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통해 시간을 나누어 간다. 일정 시간이 지나 자신있게 공개할 수 있는 좋은 점들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나면 더 깊은 관계로 빠져든다. 더 깊은 관계라 함은 더 위태로운 관계로의 발전일 수도 있겠다. 그 위태로움을 어떻게 서로 덮어주느냐에 따라, 혹은 어떻게 덤벼드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엔딩이 결정되는 것이 평범한 연인들의 과정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랑의 기초, 연애. 만남과 호감, 사랑과 갈등, 그리고 이별은 연애라는 행위의 전형적인 코스이다. 앞서 말한 갈등으로 인한 위태로움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한 시절을 함께했던 옛 연인이 되느냐, 혹은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가 되느냐가 정해진다. 현대식으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결혼이라는 행위 앞에서, 연애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된다. 그래서, 사랑의 기초는 연애이다. 특히, 민아와 준호가 함께 그려갔던 연애는 더욱 기초적이다. 어색하지만 풋풋한 만남이 그랬고, 서로가 이 세계의 중심축이라 믿었을 법한 사랑에 빠져가는 과정들이 그랬다. 민아나 준호 또래의 독자 입장에서는, 무한 공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의 연애가 사랑의 기초라는 제목 하에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뭔가 다시 시작될 수도 있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이지만, 비행기에서 샀다는 초콜릿이 아니라, 상대를 생각하며 골랐던 티셔츠가 준호의 손에 들려있었다면, 두 사람은 안녕을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내일이라도 다시 만나 커피를 주문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안녕은, 그래서 조금 더 슬프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코 슬프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사랑의 기초 과정을 한 번 더 경험한 셈치며 인생의 기초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을테니까. 한때는 인생의 전부라 느껴졌던, 기적같은 사랑의 기초는 어쩌면 인생의 기초라는 분야에서는 한없이 작은 흔적에 불과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아, 그리고 언제나 느끼듯, 정이현 작가의 술술 읽히는 스토리 전개는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