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한국의 명품문화
하중호 지음 / 삼양미디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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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나는 절하는 법을 잘 모른다. 설날 세배라도 하게 될 때면 어떻게 절을 해야할지 망설이다 대충 얼버무린 형식으로 재빠르게 엎드렸다 일어서기 일쑤였다. 늘 제대로 된 방법을 익혀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실제로 살아가는데 그렇게 필요한 것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 앞에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한국의 명품문화'라는 이름의 책이 나타났다. '내가 제대로 알려주겠다'라는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습관처럼 별 생각없이 써 왔던 여러가지 어휘나 자동적으로 행해왔던 몇몇 행동들이 그저 형식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여보'라는 단어 하나를 두고도 수많은 풀이와 정설이 나돌고 있고, '영부인'이라는 호칭이 대통령의 부인을 일컫는다는 정의가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내가 모르고 있었던 절하는 법이나, 미래의 시댁 식구들에게 써야 할 호칭들에 대해서도 한번에 정리를 할 수 있었다. 한식이나 유두, 경칩 등, 잊혀져 가고 있던 우리 민족의 세시풍속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 것도 좋은 일이었다. 봄은 그저 봄일 뿐이라고 생각했지, '보다'라는 동사의 명사형이 봄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잊혀져가고 있던 우리의 풍속과 예절들을 상기시켜줌과 동시에 이 책은 현재의 한국 문화에 대해 크게 호통을 치고 있다. 빨리빨리 문화로 급속한 경제성장은 이루었지만, 문화나 시민의식은 경제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네덜란드가 국제적으로 더 높은 위치에서 힘을 자랑하는 것은 경제규모나 세계의 영향력이 국가를 평가하는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중국으로 출장을 다녀오신 아버지께서 중국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중국의 거리를 보면 선진국은 결코 될 수 없을 거라고 하셨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는 이름표를 달기에 멈칫거릴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중국의 그것과 비슷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공공질서를 철저하게 지키는 나였기에 나름 시민의식 같은 것은 꽤 선진국의 사람들 수준이라고 자부해 왔었지만, 그것은 결코 옳지 않은 생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지켜야 할 룰을 그대로 따르는 것만으로 제대로 된 시민의식을 가졌다고는 할 수 없다. 적어도 자국의 문화를 잘 알아야 하며, 그 문화에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문화가 반만년의 역사를 타고 내려오며 세계 어느 나라의 문화보다도 정이 넘치고 사람을 위한 문화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단지 서구의 자유로운 개인주의 성향이 짙은 문화가 더욱 간편해 보였기에 그것만을 너무 닮아가려 애쓰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덮으면서 확실하게 얻은 것은, 우리 문화는 참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명품문화라 칭해도 조금의 부족함이 없을만큼,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힘을 가진 문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남은 것은 이런 좋은 문화가 외부 문화에 휩쓸려 흐릿해지지 않도록 정성껏 이어나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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