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흩어진 날들
강한나 지음 / 큰나무 / 201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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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이벤트에서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고, 며칠 전 도서관을 통해 처음 접했다. 벚꽃 잎이 흐트러진 핑크빛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따뜻한 봄날의 도쿄. 빈티지 감성 여행 에세이. 내가 좋아하는 일본. 그것만으로도 내가 이 책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읽는 내내 이렇게 열심히 펜을 굴렸던 적은 처음이다. 불쾌함이 가득한 마음으로 내내 책을 넘겨갔다. 군데군데 보이는 저자의 감성이나 괜찮은 소설, 영화 속의 문구가 주는 세련된 감성을 잠재워 버릴 만큼, 이 책은 정말 무례했다. 커다란 포스트 잇 세 장이 너덜너덜 빽빽하게 가득 찼다. 이 책에 적힌 수많은 오타들로. 유난히 내가 세심한 성격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심한 책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일본어를 공부했다는 저자가, 열정과 집착에 가까운 끈기를 가졌다는 그녀가 이 책의 수많은 오타들을 그대로 방관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아쉬웠다. 도대체 교정을 하긴 한 것일까.

 

 찾아낸 잘못된 것들을 간략하게 적어보면 대략 이렇다.

32쪽 : 1문단 5줄의 '비쿠카메라바' 에서 '바'가 빠져야 한다

44쪽 : 2문단 첫 줄의 '신주쿠역'에 해당하는 한자어가 '東京駅'에서 '新宿駅'로 바뀌어야 한다

68, 69쪽 : 폰트 설정 때문에  '勇気'의  '気'가 '?'로 나타나 있다 (이건 진짜 실망이었다)

78쪽 : 전반적으로 나와있는 '하코스시'라는 발음이 '하코즈시'라고 되어야 한다.

90쪽 : 첫 문장의 신사이바시의 일본어표기는 '心斎橋’가 옳다. '사이'에 해당하는 두번째 한자에 삼수변은 없어야 하는데...

113쪽 : 키타노자카의 '자카'에 해당하는 한자어는 '坂'이다. 왜 나무목이 들어간 한자가 나와있을까?

160쪽 : '슝세쯔아이'가 아니라 굳이 한국어로 발음을 적자면 '슝세쯔사이'다. 축제를 의미하는 한자가 '사이'로 읽히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인건데...

238쪽 : 기본 도시 이름인 미야지마의 지명이 잘못 적혀있다.  '宮島'이게 미야지마다. 왜 일본한자로 사용하지도 않는 한국에서 쓰는 넓은 광자를 쌩뚱맞게 넣어둔 것일까.

248쪽 : 잘 나가다가 맨 마지막 줄의 '미야지지마'라는 어이없는 오타는 참 황당했다. 그것도 굵게 처리된 문장이...

274쪽 : 2문단 5째줄의 운젠온천의 한자표기가 노보리베쓰온천으로 되어있다;;;

                3문단부터는 쭉 오타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시라하마온천은 운젠온천으로 표기되어있고, 아리마온천은 시라하마온천으로, 도고온천은 아리마온천으로, 노보리베쓰온천은 도고온천으로.... 진짜... 읽다가 화가 날 뻔한 부분이었다. 틀릴 거였다면 한자 표기를 하지 말던가... 거기에 274쪽의 마지막 줄의 헤이세이신잔은 운젠온천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후겐다케에는 헤이세이신잔으로 표기되어있다.

시라하마 : 白濱

아리마 : 有馬

노보리베쓰 : 登別

고도 : 道後

헤이세이신잔 : 平成新山

후겐다케 : 普賢岳

이게 바른 한자표기다. -_-;

 

320쪽 : 당당하게 1643년에 메가네바시가 세워졌고, 올해로 367년이나 되었다고 친절한 계산까지 곁들이셨지만... 검색결과 메가네바시는 1634년에 세워졌다;;; 계산도 틀리셨어요... 에구구...

330쪽 : 미나미야마테는 南山手로 표기해야 옳다. 南山로 '테'를 빠뜨린 센스.

342쪽 : 한숨이 턱 나왔던 오타. 일본어 기초중의 기초인 가타카나부터 틀려주셨다. ッ로 기입해야 할 것을 シ로 넣어주신 센스... 애석하게도 쓰루찬이 시루찬이 되어버렸다.

360쪽 : 가미가모진자라고 해놓고 엔라쿠지의 한자를 써놓고, 시모가모진자라고 해 놓고 또 엔라쿠지의 한자를... 엔라쿠지가 좋으신가보다. 그리고 료안지에는 긴카쿠지를 한번 더 되풀이 해 두셨다. 그리고 내가 참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은, 언어의 통일이다. 교토에 있는 신사나 절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이면 다 똑같이 일본어 발음으로 기입을 하든가, 아니면 한자어 음독으로 기입을 하든가... 통일성이 있어야 하는데, 금각사와 은각사는 한자음독, 나머지는 일본어발음이다. 뭐, 일본어 표기의 두음 ㅋ이 ㄱ으로 발음되는 것으로 인해 금각사와 은각사의 발음 표기가 똑같아져서 그런거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386쪽 : 제목을 제외한 노렌의 한자 표기가 교토로 되어 있다.

392쪽 : 3문단 안도 히로시게의 한자 이름이 잘못되어 있다. 安藤広重이게 맞음!

403쪽 : 10째줄의 야나카신사로 표기된 것은 야사카신사로 표기되어야 한다.14째 줄에는 긴카쿠지의 한자 표기가 기온마쓰리로 되어있다.

 

 25분만에 뒤져낸 오타가 이 정도. 이 책의 중간에는 지명이나 일본어의 한자표기가 상당히 많은데, 그 오류가 가장 많다. 여행에세이의 역할 중 하나는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특히나 이 책에는 친절하게도 여행지의 주소와 연락처를 비롯한 기본 정보를 제시해 두어 정보제공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잦은 오타로 인해 애써 제시한 정보의 신뢰도마저 뚝뚝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가타가나를 틀린 것은 정말 실망 중의 실망이었다.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가타카나의 ッ와 シ의 모양이 비슷한 것을 알고 두 글자의 구분에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다. 일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저자가 이런 실수를 저지른다니, 저자의 이런 초보적인 실수조차 교정해 주지 못한 편집자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이 책의 오류에 실망을 하며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읽어보았다. 어느 누구도 나처럼 별거 아닌, 하지만 결코 적지는 않았던, 실수들에 눈을 돌리지는 않은 듯 하다. 내용은 분명히 좋았다. 감성 에세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릴 만큼 세련된 감성은 마음에 들었고, 책 중간에 실린 저자의 이쁘장한 사진들도 또 다른 볼거리가 되었다. 책 두께만큼의 정성이 있었다고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수많은 오타들은 도저히 내 자신에게 용납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희망적이었던 사실은 내가 접한 책이 1쇄였다는 것이다. 내일은 서점에 가서 우리 흩어진 날들을 찾아볼 것이다. 제발 온전하게 모든 것들이 수정된 2쇄가 나와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무리 좋은 선물이라도 구겨지고 찢어진 포장지로는 선물의 성의가 반감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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