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는 꽃이 피네 - 법정 스님 대표 명상집
법정 지음, 류시화 엮음 / 문학의숲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올해는 유독 소유라는 단어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들과 많이 만난 것 같다. 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도 그렇다. 법정 스님 하면 '무소유'가 자연스레 떠오르듯이, 법정 스님의 법문이나 연설을 모아 엮었다는 이 책에서도 스님의 '무소유' 정신이 짙게 드러나 있었다. 친구와의 약속으로 압구정으로 향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전철 안에서 이 책을 만나 참 다행이었다. 마음에 드는 소위 말하는 신상을 앞에 두고,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은 '그대의 마음에도 꽃이 피는가'라는 책의 띠지에 적혀있는 문구가 내 가슴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청빈의 덕을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따뜻한 가슴을 지녀야 한다. 우리 둘레에 편리한 물건의 더미는 한없이 쌓여 있지만 그것들을 사용하면서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일상적인 물건들을 사용하면서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p.34) 법정스님은 맑은 가난, 즉 청빈을 강조하셨다. 소유물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스스로를 우주적인 생명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바로 청빈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무언가를 소유하고자 하는 동물은 이 세상에 인간뿐이다. 산도, 나무도, 바다도 자신이 품고 있는 것을 한없이 내놓기만 하지, 절대로 무엇인가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동물도 그렇다. 어떤 것도 가지려 애쓰지 않는다. 소유로 인해 느껴지는 감정을 아는 것은 인간뿐이다. 무언가를 선물받거나 구매하였을 때, 그 물건을 소유하게 되었을 때, 진정으로 기쁨을 느낄 수 있을까. 소유하지 못한 어떤 물건이 자꾸 눈에 밟히고, 소유한 것과 어울리는 다른 물건을 향해 시선이 자연스레 옮겨 다시 소유에의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소유는 또 다른 소유를 부른다. 주위의 물건들을 쭉 둘러본다.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여섯 개의 가방들, 2단 행거 두 개를 가득 채운 옷들, 화장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반도 채 쓰지 않은 화장품들이 내 주위에 널려 있다. 하지만, 나는 계속 가방을 사려 하고, 옷을 사려하고, 화장품을 사려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인다. 과연 누구를 위한 소유인 것일까. 내 몸무게를 능가하는 내 주위의 짐들을 보고 있자니, 내 자신이 괜스레 한심스러워진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p.80) 주위를 둘러보며 내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몇 개를 고르고 나니 선택에 들지 못한 대부분의 물건들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 너무나도 커 보인다. '거듭 말하지만, 하나가 필요할 때 둘을 가지려 하지 말라. 둘을 갖게 되면 그 하나마저 잃게 된다. 모자랄까 봐 미리 걱정하는 그 마음이 바로 모자람이다. 그것이 가난이고 결핍이다.'(p.164, 165)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청빈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주위에 많은 물건들이 없으면 없을수록 그만큼 주위 환경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그것은 곧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시간을 주게 된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을 향한 생각까지도 한 번씩 더 생겨나는 것 같다. 그리고 소유에 대한 욕심이 바로 내 자신의 마음의 양식을 쌓고자 하는 열망으로 바뀌어 간다. 내 안은 점점 알차게 쌓여가고, 내 주위는 복잡하지 않다. 복잡하지 않으니 생각이 꼬이지 않고 긍정적이 될 수 있다. 결국, 내가 지금 안고 있는 고민 하나 하나에 대한 원인은, 모두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보충하기 위한 소유욕에 있었던 것 같다.

 

 법정스님의 이야기를 읽고 느꼈다고 해서, 내 삶에 있어 헛된 소유를 깨달았다고 해서 바로 개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 이십 여년을 이렇게 생활해 왔고, 나름대로는 텅 비었던 내 방안을 내 소유의 물건들로 채워가는 것이 보람있다고 생각해왔던 삶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앞으로는 진심으로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만 내 방 안으로 들일까 한다. 수 개월째 내 손을 타고 있지 않는 몇몇 소유물에 대해서는 이별을 고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가진 소유에 대한 부끄러움을 지우고 내 마음에 꽃을 피울 수 있는 나로 변해갈 수 있기를, 작게 소망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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