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한차현 장편소설
한차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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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리 속에 자리한 외계인은, 아주 똑똑하거나 혹은 아주 무지하거나의 극과 극의 상태로 존재한다. 똑똑한 외계인에게는 정이라는 요소가 결여되어 지구인들을 마구 이용하려드는 정복자의 이미지이고, 무지한 외계인에게는 지구인과 교감할 수 있는 끈끈한 무언가가 존재하는 친구같은 이미지로 생각된다. 종교에 대해서는? 불교 집안에서 자라난 무신론자인 내게 종교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기독교니 천주교니 불교니 하는 종교의 경계는 단지 신도들이 숭상하는 신이 다르다는 것으로 분류된다. 굳이 종교가 조금 대단하다고 느껴질 때는, 외국의 유명한 성당이나 교회 건물을 보았을 때나, 한국이나 일본의 유명한 사찰을 방문하여 그 유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 정도일까. 그런 내게 종교와 외계인을 아우르는 책이 한 권 주어졌다. 종교와 외계인.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면, 나를 중심으로 한 이 지구라는 세계가 아니라, 태양계 밖 어딘가 알 수 없는 은하 속의 알 수 없는 어느 별의 어느 마을에 자리한 외계인이 신의 가르침을 기본으로 하여 살고 있다는 가정을 해 본다면, 결코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조합이라고 말할 수는 없게 된다.

 

 차연이라는 목사는 그의 아내 허소원과 머나먼 외계의 어느 별로 여행을 떠난다. 도서관안의 도서관, 앎의 탑과 같은 듣기만해도 우러러보게 되는 그런 외계의 것들을 구경하고, 그 곳에 남겠다는 아내를 두고 지구로 돌아온다. 하지만, 다시 아내를 찾으로 가려하지만, 아내는 어느 시공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지구에서의 시간과 외계에서의 시간은 결코 일치하지 않았으며, 일정한 기준을 통해 추측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아내를 찾기 위해 다시 외계로 떠난 차연. 그 곳에서의 그가 겪는 생활은 영화 아바타 뺨치는 신기한 외계의 어느 별의 이야기였다.  <변신> 속에서 차연이 겪게 되는 공간의 이야기는 지금껏 들어보지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지구의 '신'과 그 곳의 '신'이 말하는 교리가 일치한다는 점, 죽은 사람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것이 일상적인 질병치료가 된다는 그 곳의 의료기술 등,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엄청난 상상력 속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만큼 페이지를 넘겨갈수록 흥미를 더해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목사인 차연이라는 인물의 경험을 통해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종교와 절대성, 유일신과 기독교, 지구 밖 우주라는 미지 세계에 대한 갈증' 등을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가벼운 기분으로 읽어나간 내게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느 정도 전달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독자였던 내가 종교를 보는 시선이 꽤 중립적인 사람 중의 하나였기에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았을까? 많은 독자들에게 두루 인정을 받기에는 조금 제약이 강한 스토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

 '가능성은 늘 있습니다. 세상이 폭삭 멸망해도 무엇인가 존재한다면 그게 바로 가능성일 겁니다.'

 엄선한 두 문장 외에도 이 책에는 시선을 끌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문장이 많았다. 작가로서의 내공이 10년을 넘겨가는 작가가 만들어 낸,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문장들을 찾는 재미는 이 책이 주는 흥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보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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