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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법칙 -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비즈니스의 허점
마이클 레빈 지음, 이영숙.김민주 옮김 / 흐름출판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을 즈음의 내 차 유리창은 금이 가 있었다.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는 가느다란 금이었고 처음 발견된 후로 더 심해지지도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냥 내버려 두었다. 만만치 않은 유리 교체비용을 부담하기에는 정말 '별거 아닌' 금이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행동을 비웃기라도 하는 걸까. 이 책은 나의 금 가있는 자동차 유리창을, 그런 '별거 아닌 금'이 가 있는 유리창을 방치하고 있는 나에게 날카로운 경고를 하기 시작한다.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비지니스의 허점'. 그것이 바로 깨진 유리창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깨진 유리창의 경고는 우리 속담인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가 조금 더 악화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라고 할 수 있다. 깨진 유리창은 우리 사회에 널려있다. 회의 시간을 지키지 않는 습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 자신도 모르게 폭음해버리는 습관, 생각하지도 않고 툭툭 던져버리는 한 마디의 말. 이 모든 것이 깨진 유리창이 될 수 있다.
누구나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이런 좋지 않은 습관들을 두고 '언젠가는 고쳐지겠지.'라는 방관의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결코 그것은 '언젠가'라는 막연한 단어로 얼버무리기에는 너무나도 뚜렷한 깨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깨진 유리창에 대한 방관적인 자세를 제대로 꼬집어주고 있다. 일상 생활의 시시콜콜한 예가 아닌, 내로라는 대기업들의 흥망성쇠를 다루는 이야기들로 깨진 유리창의 엄청난 존재감을 인식시켜준다. 미국의 유명한 K마트의 오만, 코카콜라의 잘못된 선택, 페리에의 실수에 대한 늦은 대응 등 깨진 유리창을 다루는 대기업들의 작은 실수가 불러낸 위기로 독자들을 위협하는가 하면, 대형마트 타깃이나 디즈니랜드, 구글 등이 깨진 유리창 수리를 통해 성공의 발돋움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예를 들어 작은 것으로도 큰 성공을 불러올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무시해도 좋을 만큼 사소한 일이란 없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내가 종종 찾는 커피 전문점은 스타벅스인데 몇 달 전, 그 스타벅스 옆에 커피빈이 새로 생겼다. 하지만 난 여전히 스타벅스를 방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타벅스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 조금도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그 곳에서 어떠한 작은 불편이라도 겪게 된다면, 나는 그 곳을 예전처럼 웃으며 드나들 수 있을까? 모든 고객이 그렇다. 한 번 생성된 기호는 잘 바뀌지 않지만, 그 기호는 한순간의 아주 사소한 것으로 인해 바뀌어 버릴 수 있다.
세계 여러 기업들의 이야기를 담아 나와는 무관한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결국 작은 것을 빠르게 개선하고자 하는 개인의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개인은 곧 하나의 기업이 될 수 있다. 방긋 웃는 예쁜 얼굴은 친절한 고객 센터가 되고, 재빠른 두뇌와 현란한 손동작은 기업의 기술력이 되며, 타인에 대한 배려는 곧 기업의 사회공헌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겠다. 내가 곧 기업이 된다는 말은 괜시리 많은 책임감을 갖게 한다. 나라는 작은 기업이 가진 깨진 유리창은 무엇일까. 혹시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이 먼저 나의 깨진 유리창을 발견하고 멀어지고 있지는 않을 것일까?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엄청난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듯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도 거듭 작은 것의 큰 영향력을 강조한다. 때로는 숲 전체보다 숲 속의 나무에 중점을 두는 시각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아, 어서 차 유리창을 수리하러 가야겠다. 더욱 큰 일이 발생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