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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청춘에게 - 21권의 책에서 청춘의 답을 찾다
우석훈 외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5월
평점 :
21인의 멘토와 20대의 청춘이 함께 만들었다는 책이다. 책 표지에 일렬로 쭉 쓰여져 있는 21인의 멘토의 이름을 하나씩 읽어본다. 아는 이름보다 모르는 이름이 많은 현실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책읽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로, 독서를 권하는 책을 꽤 읽어왔다. 한비야, 장영희, 고도원, 박찬욱 등... 이름만 딱 들어도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책읽기를 추천한다는 것은 마치 책읽기를 통해 그 사람들의 그림자라도 따라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꿈을 안게 해 준다. 그런 소박한 꿈의 크기는 똑같다. 하지만, <책 읽는 청춘에게>가 가지는 소박한 꿈은 조금 더 가까이에 있다. 21인의 멘토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낸 사람들이 바로 나와 같은 20대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같은 시선이기 때문에, 나는 더욱 많은 끄덕임으로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다.
20대. 대학생으로서의 초반을 보내고 나면 취업을 위한 지독한 20대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20대가 흔히 사회에서 요구하는 이력서의 한 줄을 위해 안간힘을 쓴다. 나 역시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기준 조건들을 하나씩 맞춰가다 보니 어느 새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볼 여유조차 갖지 못하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뭘 하고 싶었더라?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뭐였더라? 라는 것에 대한 대답을 떠올려 보려 안간힘을 쓸 수 있었으니까. 이런 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많은 20대들의 꿈은 좋은 회사에 취업하여 안정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되어 버렸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친구를 만나면, 부럽다라는 생각이 들기 전에 '왜?'라는 의문사가 먼저 튀어나와 버린다. 그만큼 가슴이 원하는 일 보다 몸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당연히 되고 있으며, 그 안전 궤도를 조금이라도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금세 부적응 증상이 일어난다. 그게 바로 지금의 20대인 것이다.
스물 한 명의 멘토는 모두 하나같이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머쥔 사람들이다. 어떠한 자신의 재능이나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바를 향해 끝없이 달린 결과로 지금의 20대에게 멘토로서의 조언을 던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재능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나 자신도 그렇다. 누군가가 네가 잘하는게 뭐냐고 물어보았을 때, 나는 쉽사리 답하지 못한다. 그만큼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재능에 대해 쉽사리 답하지 못하는 것은, 이 사회에서 많이 요구되는 재능에 자신을 반영해서 생긴 결과가 아닐까? 유창한 외국어 회화나 기발한 아이디어가 사회가, 아니 취업 현장이 요구하는 재능이 되어버렸고, 그 재능을 쫓아가다 보니 자신이 진짜 잘하는 무언가는 자연적으로 뒤로 숨어버리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가 가슴 깊이 열망하고 스스로가 유능하다고 생각되는 무언가가 필시 있을텐데 말이다.
그렇게 자신의 숨은 재능을 찾지 못하는 것은 취업 사회 밖의 조금 더 넓은 사회로 시선을 돌리지 못해서이다. 20대. 적어도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알아야 하는 시기이다. 세상을 알아갈 수 있게 하는 도구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스물 한 명의 멘토들은 하나같이 책을 추천한다. '고통스럽고 힘든 이 세상에서 기댈 수 있는 거인이 바로 책이에요. 거인의 어깨가 있는데 왜 올라타지 않는 거죠? 왜 듣고 나면 외로워지는 MP3만 끼고 살아요?'라는 박성수 PD의 충고에 당당히 고개를 들 수 있는 20대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말한 것처럼 책은 단순히 지식 정보만을 안겨주는 도구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자신의 외로움에 어깨를 내 줄 수 있는 친구같은 존재이다. 한 번에 많은 이야기를 역설하려 들지도 않고, 혼자서만 주구장창 이야기를 늘어놓지도 않는다. 독자의 생각을 수반하며 당신은?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까? 라는 질문을 항상 남겨 놓는다. 때로는 그런 질문에 대답을 해 주기도 하고, 결론이 나지 않는 질문을 통해 '그 답은 당신 손에 달려있소이다.'라며 강한 미션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마냥 읽기만 하면 될까? '과시하기 위한 책 읽기는 알맹이가 없어요. 정말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의 내공은 자연스럽게 쌓이는 것입니다. 단순히 책을 읽었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가지는 허위의식은 반드시 경계해야 합니다.' 책의 위용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작가나 제목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민규동 감독의 말에 나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느샌가 책을 자주 접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내 자신에 나도 모르는 허위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책의 알맹이에 감동하기보다 누구의 어떤 책을 읽었다는 완독의 사실에 더욱 집착하게 된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많은 20대가 공감을 하고 자신들과 같은 시선에서 비추어진 멘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많은 책들이 읽었으면 행동할 것을 요구하지만, 어떤 것을 해야할지의 구체적인 답까지 제시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참 고맙게도 다음 행동 강령을 제시해 준다. 스물 한 명의 멘토들이 추천한 책을 읽을 것. 그들이 말한 그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 책이 품고 있는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것을 제시한다. 제시된 스물 한 권의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멘토들의 조언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청춘이 끝날 무렵까지도, 혹은 그 후에도 이 책은 우리의 삶 속에서 멘토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