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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평점 :
보통. 일반. 평범... 보통의 존재라는 제목을 앞에 두니 많은 단어가 떠오른다. 그리고 곰곰이 그 단어들의 뜻을 생각해 본다. '특별하거나 드물거나 하지 않고 예사로움'이 '보통'의 정의란다. 특별하거나 드물거나 하지 않음. 예사로움이란 무엇일까? 흔히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막상 정의를 내리려고 하니 쉽지 않다. 저자인 이석원씨는 이 책 내용에 대해 보통사람의 보통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한 번의 이혼 경력과 대장염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그는 대한민국의 가수. 즉 연예인이라는 보통이지 않은 직업을 가졌다. 과연 그가 말하는 보통이 내가 생각하는 보통과 같을 수 있을까?
총 4장으로 구성되어있고 그의 많은 생각과 느낌, 상황들이 조심스레 설명되어 있는 책이다. 유난히 얇은 표지가 더욱 조심스러운 것 처럼 그의 이야기에 조금 더 조심스럽게 집중하게 된다. 많은 분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릴 적의 추억, 연애와 결혼이야기, 가수로서의 그의 모습, 궤양성대장염이라는 병을 지닌 그의 생활, 자식으로서의 모습, 동생으로 때로는 삼촌으로서의 모습, 친구로서의 모습, 그리고 사람으로서의 모습. 40대의 가수라는 직업을 가진, 몸이 약하고 조금은 예민한 한 남성의 이야기들이었다. 그런 조건을 가진 저자의 이야기를 전혀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내가 독자가 되어 읽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빠져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굉장히 솔직하다. 반창고 속에 가려진 상처를 관찰하는 듯 한 괜시리 미안한 느낌도 들었고, 그의 절친이라도 된 듯한 느낌으로 그의 속 깊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갸우뚱했던 <보통의 존재>라는 타이틀에 점차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무한한 공감. 이야기 하나 하나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있었다. 다른 입장일지라도 그의 이야기가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그는 2010년의 한국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이었고, 나 또한 2010년의 한국의 공기를 마시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보통의 존재>를 쓴 보통 사람같지 않은 그도, 나는 보통 사람이 아닌데-라고 생각한 나 자신도, 모두가 보통의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그래서 좋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것은 다 그런 것이다. 조금 고개를 갸우뚱한 그의 몇몇 이야기도, 내가 10여년이 지나 그의 나이가 되면, 아- 그랬구나- 하고 공감할 수 있으리라.
또 다른 의미로 그와 나, 그리고 독자들이 보통의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은 모든 사람이 보통이 아님에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제각각이다. 그래서 개인인 것이다. 아무리 같은 쌍둥이라도 고유한 자신만의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며, 아무리 같은 환경 속에서 생활한 사람들이라도 모두가 동일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 똑같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기에 모두가 각자의 개성을 지니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개성을 지닌 보통의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혼자서 멍하게 보낼 뻔했던 시간을 이 책과 함께할 수 있어 참 다행이었다. 자유자재로 변하는 문체와 가끔 보이는 오자도 <보통의 존재>이기에 가능했던 것이었을 것이다. 사람 냄새가 짙게 났던 책. 그렇게 정의하며 이만 주절거림을 접어야겠다. 아, 그런데, 노란색이 그에게 있어 '멸망의 색깔'이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노란색 옷을 입지 않기로 했다는 그가, 왜 책 표지는 샛노란색으로 정한 것일까? 어머니의 믿음이 틀리기라도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