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에 나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뜬금없이 무슨 말인지... 마볼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를 한 장 한 장 읽고 뒷 페이지를 마주한 나의 머리 속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그녀의 고정 멘트가 동동 떠다닌다. 대놓고 처음부터 조금 삐딱선을 타자면,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쓴 글이라기에는 문장이 조금 매끄럽지 않아보인다. 특정 어구를 반복해서 쓰는 그녀의 문체는 괜한 까탈스러움과 고집스러움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나 혼자만의 느낌은 그랬다. 눈에 보이는 여러가지 것들에 대한 그녀의 생각과 지식을 술술 늘어놓은 내용이라 그런 것일까. 그녀의 개성이 너무 통통 튀어서 그런 것일까. 좀처럼 친해지기 어려운 도도한 친구를 앞에 둔 느낌이다. 어쨌든 내용 상으로 본다면 참 만족스럽다. 상큼한 자몽주스같다. 자신만의 가치관이 잘 정립되어 있는 것도 좋았고, 출판 분야에서의 오랜 경험으로 그녀의 굵은 잔뼈들이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도 좋았다. 역시 사람이 글을 잘 쓰려면 많은 지식을 쌓아야 하는구나- 하고 책을 읽는 내내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일본 소설의 붐에 대한 생각이나 도서의 이벤트에 대한 비판 등은 정말이지 날카로운 칼로 상한 부위를 휙휙 잘라내 버리는 통쾌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인생이 나는 마음에 든다. 내가 할 수 없는 도전들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그녀의 개성이 조금 더 담백한 문장으로 표현된 글이 또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섯 개의 별을 꽉 채우지 않은 이유는 아직 그녀의 글이 가진 잠재성을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