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은 언제 시작될까?
에이브러햄 J. 트워스키 지음, 최한림 옮김, 찰스 M.슐츠 그림 / 미래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고 나면 나는 내가 정해놓은 여러가지 분류방식에 의해 책을 분류하곤 한다. 책 장르에 의한 분류나 작가가 한국인이냐 외국인이냐에 따른 표면적인 분류가 아닌, 읽고난 후의 감상을 근거로 한 지극히 주관적인 분류이다. 일차적으로 마음에 드는 책과 마음에 들지 않는 책, 기대없이 봤는데 재밌던 책과 기대에 못미쳤던 책으로 분류한다. 상큼한 노란색과 '피너츠'라는 엉뚱한 만화를 소재로 한 점, 한없이 긍정적인 타이틀에 이 책의 첫인상은 10점 만점에 9.5점일까. 그런 초반의 거센 기대에 끝까지 이 책이 부응해 주었더라면 나는 이 책을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겨갈수록 질척거리는 진흙 위를 걷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였을까.

 

- 구성에 대한 작은 불만

 '좋은 일은 언제 시작될까?'라는, 한 마디로 긍정과 행복의 삶을 지향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 담긴 자기개발의 형식과 엉뚱하고도 귀여운 만화 '피너츠'가 만났다. 사람의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여러가지 감정들이 큰 목차로 이루어져있고, 각 목차 아래에는 '-하라'라는 명령형의 소제목들이 달려있다. 그리고 소제목들에 관한 저자의 설명과 더물어 한 두 개의 만화가 실려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포인트는 누가 뭐래도 만화 피너츠다. 찰리브라운을 비롯하여 피너츠의 등장인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책 서두에 제시해두었을 만큼, 만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없이 크다. 하지만, 그 비중을 인정받기에는 조금 부족한 무언가가 있었다. 만화의 위치. 만화만 쭉 훑어보는 사람이 아닌 이상, 적어도 이 책의 독자는 저자의 전언을 집중해서 읽을 것이다. 하지만, 각 소제목의 내용에 조금 빠져들까 싶을 때 쯤이면 만화가 툭- 하고 등장한다. 소제목에 해당하는 내용의 초반부터 등장하는 만화가 있는가 하면, 본문의 내용이 끝나고 등장하는 만화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뜬금없이 내용의 중반부에 툭툭하고 나타나 버린다. 때로는 문장이 채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등장한 만화도 있다.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그렇지 않아도 본문의 순수 내용만 따졌을 때, 한 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소제목이 끝나면 글에 대한 집중력도 잠시 사그러들게 마련이다.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고자, 혹은 책의 편집적인 부분상 어쩔 수 없었겠거니 하며 이해해보려 하지만, 좀처럼 잃어버린 집중력은 되살아나지 않는 것 같다. 조금 닫힌 구성일지라도 일관성 있게 만화-본문의 구성을 유지했던라면 조금은 내용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용이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하나 더, 본문의 내용 자체도 무언가 부족함이 없지 않은 듯 하다. 구체적인 예를 다룬 설명도 없지 않지만, 본문의 내용 중 한두 문장이 한 문단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많았다. 적어도 '-하라'는 명령형을 자신있게 내세울 것이라면, 그에 따른 근거나 상황적 내용에 대한 설명이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 명령을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이 신뢰를 할 수 있을 것이고, 진정으로 화자가 어떤 의도로 그런 명령을 하는 것인지를 깊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장만을 제시한 후, '-하라'라는 명령을 받아들이기에는 '터무니없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만화 위치가 너무 뜬금없다.', '문단이 너무 짧고, 내용이 부실하다.'라는 단 두 문장으로 표현될 수 있는 불평을 이렇게 많은 글자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책의 구성에 대한 반감을 강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내 의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

 뻔한 내용일수도 있지만, 명령형이라 조금 강제적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은 긍정을 지향한다. 소제목과 만화만을 훑어볼 사람에게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전해질 것 같다. 그만큼 변화가 어렵지 않음을 말하며 좋은 일이 저절로 시작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행동화 했을 때의 시기만 결정된다면 말이다. 조금 무례하고 과감하긴 하지만, 나는 책의 제목을 바꿔보고 싶다. 좋은 일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을 시작하는 것으로. 좋은 일을 유도할 수 있을 만큼의 사람이 된다면, 스스로 원하는 좋은 일을 시작해 버려도 얼마든지 이루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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