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리라
이케가미 에이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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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 보기에는 좀 거슬리는 부분이 많은 소설이다. 다른 무엇보다 거슬리는 부분은 역사관에 대한 부분이었다.  

도무지 일본 사람들은 제국주의에 대한 조심성도 거부감도 없는 성 싶다. 과거에 대한 반성은 그만두고 과거에 대한 상식도 없는 게 아닐까 싶었다. 좀더 나은 일본을 위해서라면 무엇을 어떻게 희생시켜도 괜찮다는 생각. 자국 아이들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생각이라면 옆나라 정도야 문제도 아니겠다 싶었다. 좀 문제가 많다... 

그러나 어쨌든 재미있었다. 무협지의 허무맹랑한 그러나 그 세계관 속에 꽉 짜여 들어가 이상하지도 않은 무술들과는 다른, 만화스러운 무술들이 등장하는데, 그 묘사를 읽다보면 일본 만화가 선명히 눈 앞에 떠오를 지경이었다. 인물들의 성격도 매력있게 드러났고 아틀라스나 탄소 경제 등 재미있는 개념이 많았다. 

귀신, 우주의 기운, 탄소 경제, 신기술 등 다양한 것들이 합쳐진 작품 속 세계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그럴 성 싶기도 하지만 쟝르적 개념이 이미 내재되어 있는 독자들에게 건네주기에는 설정 부분이 좀 약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모든 것을 떠나 다시 말하건대 시종 낄낄거리며 새로운 것을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별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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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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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니 밤이었다. 나는 이불 속에 누워 마지막 해설을 읽었다. 불을 꺼도 잠이 오지 않았다. 마음이 몹시 심란하고 고통스러웠다. 나는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었다. 

나는 무엇을 피해, 어디서 어디로 도망가고 싶었던 걸까? 작품 속 주인공 요조는 온갖 어리버리한 모습은 다 가진 약한 인간이다. 똑똑한 사람이긴 하지만 인간 관계에서 그러하다. 그런 요조의 모습이 내 안에 있는 약한 인간을 자극한다. 마음 속에 약한 인간 한 명쯤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혹자는 약한 인간을 내세워 요조처럼, 혹은 그보다 좀 낫지만 어쨌든 고통스럽게 살기도 할 것이고 혹자는 약한 인간은 기억도 안 나는 어딘가에 박아 둔 채 좀 더 당당하게 살아갈 것이다. 나는 약한 인간을 기억 나는 곳에 두고 살아간다. 내 약한 인간을 내가 어디에 두었는지 알고 있고 그다지 깊이 두지는 않아서 종종 자기와 대화와 될 것 같은 상황이나 사람을 만나면 툭 튀어 나온다. 

이 책을 보고 괴로웠던 것은 내 약한 인간의 종말이 요조의 그것과 같을까 두려워서였다. 해설에서 은연 중 말하듯 착하고 순수한 인간이 살아가기 힘든 세상을 비판하는 것, 그런 세상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는 것에 앞서, 이 작품은 내 약한 인간을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게 했다. 

인간 실격이라니, 인간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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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 풍수와 함께 하는 잡동사니 청소, 2008 원서개정판
캐런 킹스턴 지음, 최지현 옮김 / 도솔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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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습니다.  정말 실용서가 싫었습니다. 

실용서는 뭐랄까요, 현재의 가치 기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기준 위에서 자신에게 어떤 것이 유리한가만을 추구하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꼭 그런 이유로 실용서를 안 좋아한건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글쎄, 사람의 취향이란 게 일단 싫고나서 이유가 있는 거지, 꼭 이유가 있어야만 싫은 건 아니잖아요?

이 책은 제가 실용서로 산 두번째 책입니다. 첫번째 책은 "메모의 기술"이었는데 책장 어딘가에 아직 얌전히 꽂혀 있습니다. 아무래도 정리의 대상이 되어야 할 듯합니다.

간단하게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아아, 이런 실용서도 있군요! 이것이 제 소감입니다. 실생활과 정신 세계가 둘이 아닌 하나라는 전제 위에서 쓰인 책이라서 그럴까요? 숨겨진 정신 세계는 일단 제쳐두고 당신의 주변을 정리하면 정신도 좋아진다고 말해주는 책인데요, 아무래도 이건 저자의 능력 문제겠죠. 정신 세계가 어떻고에 관심이나 식견이 적은 사람이 암튼 말야, 주변을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라고 큰소리치면 짜증나겠지만 이 책앞에서는 고분고분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읽고 있으면 근질근질, 오호 저 물건들을 지금 당장 다 버리고 싶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책을 손에서 놓는 일이 생기면 바로바로 물건들을 조금씩 버리게 된답니다. 확확, 정리가 가능하죠. 사실 이 책을 산 이유도 방이 너무 지저분해서였는데... 하하....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책이 얇다는 겁니다. 아직 방 정리며 거실의 책장 정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책을 다 읽어버렸어요. 남은 물건들을 어찌해야 할지.. 책을 한 번 더 읽어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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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모으는 소녀 기담문학 고딕총서 4
믹 잭슨 지음, 문은실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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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림으로 보아도 그렇고 글씨 크기나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딱 청소년 도서로 보이기 쉽다.
 팀 버튼의 굴 소년 이야기를 좋아하는 고등학생이 꽤 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책도 그런 학생들의 취향에 맞을 듯도 한데.... 다시 생각해보면 팀 버튼이 좀더 잔인하고 자극적인 것도 같고.

 이 책은 읽기 쉽고, 짧고,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다. 나는 쥐스킨트를 맨 처음에 좀머씨 이야기로 만났는데 그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좀머씨 이야기도 그림도 어찌나 서정적이고 책도 어찌나 얇고 술술 금방 읽히던지. 그런데 그 내용은 의외로 삶이 아름다워요~ 샤방샤방과는 거리가 멀어서 흥미롭다.

책 소개에도 잘 나와있듯이 이야기들은 모두 안쓰럽고 해피 엔딩은 없고 그렇다고 비극적이지도 않다. 그저 인생이 그렇구나 싶을 뿐인데, 그 이야기를 읽고 나서 나의 인생을 생각하면, 내 인생을 몹시 비극적으로 보고 자기 연민에 빠져 지내는 나의 어떤 숨겨진 면이 몹시 부끄럽기도 하다.

인생은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이었던가? 그 박인환이 쓴 '목마와 숙녀'의 한 구절 말이다. 인생은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다. 그래서 나는 비극적일 것도 자랑스러울 것도 없고 가여울 것도 없고 진정한 기쁨이나 성스러움 같은 것도 만끽하거나 갖기 어려울 것이다. 살짝 살짝 엿보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기대해 보는 것도 안 되는 걸까? 하여튼, 엿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인생이 그처럼 통속한데도 어떻게 하면 허무함에 빠져 버리지 않고 꿋꿋이 살아갈 것인가, 가끔 이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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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7
에드워드 올비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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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곡을 잘 못 읽는 듯하다. 뭔가가 늘 어렵다. 실은 읽은 것도 몇 편 없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고도를 기다리며', 또... 이 작품... 그 전에 한 두개 더 있지만 이젠 제목도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 것들. 명작만 읽었는데도 제목도 내용도 기억이 잘 안 난다는 것은 읽은 내게 문제가 있음을 증명하는 뚜렷한 증거겠지.(이 문장은 게다가 왜 이 지경인지.) 

주로 번역 작품만 읽어서일까? 강씨 아저씨 희곡을 읽어보라고 말들 하던데 이상하게 연이 닿지 않았다. 읽어 보긴 해야겠다. 

이 작품은.. 재미있다. 뒤의 해설에 보면 제목이 아기돼지 삼형제의 '누가 큰 늑대를 두려워하랴'는 노래에서 따온 것인데, 그러고보면 번역이라 잃을 수 밖에 없는 점이 좀 많긴 하다. 누가 늑대를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두렵지. 사람들은 모든 게 두려우니까. 자신도 세상도 알 수 없고 걸핏하면 함정에 빠지기 일쑤고 함정에 빠지지 않아도 인생의 행복은 찾기 힘드니까, 행복하지 않아 징징 울어대다 불행에 빠지기도 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삶이 그런데, 게다가 저 아래 심연에는 안전망이라고는 없어서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는 알 수도 없고. 그런 세상에서 인간들끼리 부딪히며 사는 게 게다가 부딪혀도 부딪혀도 외로운 인생을 사는게 힘이 들고 두렵고. 그냥 그런 이야기를 하룻밤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술 먹고, 싸우고, 욕하면서.  

연극을 좀 보면 희곡을 더 잘 읽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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