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의
한승원 지음 / 김영사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요새 무척 좋아하는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한때는 항상 똑같은 스토리라인을 가진 연애소설을 여러권 쓴 한수산과 헛갈렸으나 곧 두 사람의 작품이 전혀 다르다는 걸 깨달은 게 20대 중반무렵이었다.

 불교이야기 좋아하는 나. 다른 사람이 가진 이 책을 보고서 빌려달랄까 말까를 계속 고민하다 강남역 시티문고에서 문득 사버렸다. 책도 도톰하니 얼마나 질감좋고 색깔도 어여쁘던지. 모든 게 만족.

더우기 책을 읽어보니 능력있는 작가의 소설에 불교쪽 이야기 또 얼마나 그 자체로 풍부한가. 주인공 초의 선사는 시도 많이 쓰고 그림도 많이 그리고 .... 차에 대한 이야기까지 읽을 거리며 정보가 가득가득, 묘사 좋고, 서술 좋고, 인물 선명하게 펄펄 살아있고. 모든 게 다 좋았다.

 그러나 다 읽고나니 뭔가 이상했다. 뛰어난 글솜씨와 여러 재미나는 에피소드 속에서 나는 무언갈 빼앗겼거나 놓쳤거나 흘린 것 같았다. 내가, 혹은 작가가 흘린 것 두 가지. 더 몇 개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두 개만 발견했는데, 그 두 개는 그러니까,

 1. 초의 선사가 깨달음도 얻었다는데 깨달음 얻는 부분이 없다. 즉 참선을 한 선승으로서 깨달음을 얻어 선사가 되었다는 것인데 그냥 나중에 보니 그가 그렇다고 남들이 다 인정하고 있을 뿐으로 정작 계속 깨달음에 대한 부분을 알게 모르게 꾸준히 기다리며 책을 읽던 나는 왜 오도송조차 발견을 못하게 되었나?

2. 초의 선사는 계속해서 선비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학문, 그들의 놀이를 함께 하며 그들을 구제하리라 다짐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얼마나 결과가 있었나? 왠지 얼렁뚱땅 넘어간 느낌.

그래도 정말 재밌고 책이 사랑스러우니까 별은 네 개다. 남주기 싫은 책. 계속 갖고 있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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