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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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저자인 정민 선생님의 책을 이 책까지 두 권 보았다. 첫번째 책은 <초월에 대한 상상>이라는 책으로 한시를 소개하며 당시의 시대 상황, 작가의 내면 등을 일러주는, 이 책과 비슷한 책이었다. 문사철이 한데 어우러졌으되 천성인 듯 잔잔하고 나직한 말투를 가진. ('초월에 대한 상상'이라는 말은 이 책, <미쳐야 미친다>에서도 언급된다.)

  그리고 이 책의 그런 점이 나를 감동받게 하고 동시에 지루하게 한다. 지루한 이유야 말 안해도 다들 이해할 것이다. 그저 비슷한 말투로 게다가 책에 소개된 글이 거의 산문인데 그 산문의 내용을 다시 해석하듯 일러주니 같은 말의 반복인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왜 감동받는가. 그건 그저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분명 내용으로는 펄쩍펄쩍 뛰듯 좋아하고 밤새 빙빙돌며 뜻을 되새기고 두고두고 잊지 못하면서도 잔잔함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그 고즈넉함과 여유로움이 저자의 오랜 공부에서 나온 중용의 덕이라는 것이나 아닌가 하고 무의식중에 나 혼자 기뻐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좀더 강렬한 책을 보고 싶기도 하다. 정민 선생님 역시 사랑하시는 듯, 초월에 대한 상상이라는 멋진 말을 붙여준 허균의 이야기랄까, 광해군, 허난설헌, 등등 여러 강력하고 매력적인 인물들이 나오는 숨 한번 크게 쉬지 못하고 정독에 정독을 거듭하게 하는 책, 슬슬 읽는 것을 처음부터 용납하지 않는 책이 보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왠지 늘 우리 역사 가운데 조선만큼은 부끄럽고 없었으면 좋겠고 짜증난다 생각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물론 이 책도 그런 역할을 하지만) 그 시대가 가진 필연성과 안타까움, 아름다움, 비정하고도 비참함 따위를 흠뻑 느끼게 해서, 마치 내가 내 부모를 처음부터 인정할 수 밖에 없듯 우리 역사를 그렇게 인정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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