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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하철을 오래~ 그러니까 수서에서 지축까지, 김포공항에서 마천까지 분위기로 타야하는 분이라면 이 책이나 이 작가의 다른 책을 가방에 넣으라고 권유하고 싶다. 아주 빨리 재미있게 읽혀서 오랜 여정(?)에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몇몇 쉽고 재미있는 책들과는 달리, 읽고나서 허무하지도 않다!

누구나 다 이 작가를 만나보고 싶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책이 재미있다고 해서 항상 그 작가에게 호감이 느껴지고 그를 만나보고 싶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작가는 몹시 만나고 싶다. 허나 이 작가를 실제로 만나면, 글쎄, 어쩌면 그는 스스로 강해진 탓에 다른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사람일 수도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어쨌거나 이 작가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모든 구질구질함과 구차함, 비참함을 힘차게 (물론 때로는 동네 양아치의 지나친 미화가 아닐까 의심이 가기도 했다.) 이겨내고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상쾌함 (이때의 상쾌함은 소설의 문체나 내용의 상쾌함만이 아니라, 인생의 상쾌함이다) 을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자신의 인생이 구질구질하고 구차하며 비참하다고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아주 자주 혹은 일정 기간을 뺀 대부분의 시간에 그런 느낌을 갖는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나도 모른다. 사실 나의 인생은 그 자체로 완벽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일지도. 우리는 누구나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한다. 아주 중요한 대목에서는 늘 그런 식이다. 비록 이러저러한 점이 있지만 그래도 이래이래 열심히 해야한다는 걸 알지만 우린 늘 이러저러한 점에 사로잡혀서 "그렇지만 이러저러한걸."이라고 우울하게 중얼거린다.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열심히 해야한다는 걸 알지만. 이 작가는, 아니 이 작품의 주인공은 그런 우울을 건너뛴다. 그렇게 건너뛰는 모습이 몹시 아름다운 건 물론이려니와 그걸 건너 뛴 인생은 늘 상쾌하다.

잘은 모르지만, 일본인(만화나 소설을 통해보는 일본인)은 역시 규범을 중요시하고 정해진 테두리를 심하게 존중한다. 가끔은 규범이나 테두리만을 존중하기도 하는 듯하다. 그런 사회에서 이 의리있고 굴하지 않는, 자기 인생에 대해 이성적인 양아치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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