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구나

악어떼가 나왔다 -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사실 오며가며 버스안에서 읽은 소설이라 리뷰가 쉽지 않다.

알라딘에 소개된 평자들의 평에 적극 동감한다.

일단 소설은 재미있다. 잔혹해서 부르르 부르르 버스 안에서 혼자 진저리를 치긴 했지만 그 외에 달리 불만은 없다. 현실과 비현실의 끝이 잘 맞닿아 있어서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인데도 납득이 되고 하긴 요새 세상이 좀 그래, 라는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이런저런 흥미로웠던 뉴스 거리와 너무 가깝기도 한데 거기에 대해 불만을 가지기엔 덜 익은 뉴스라는 느낌이 별로 없다. 어디서 소재가 나왔든 잘 숙성된 편이니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원래 소설이 이야기거리를 신문이나 뭐 이런 데서 가져오는 건 자연스런 일이기도 하니까.

누군가 영화 '쉬리'의 시나리오가 머리를 잘 쓴 시나리오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생각없이 읽을 땐 단순한 소설도 곰곰 따져보면 구성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은 법이다. 이 작품은 얇은 책이면서 나름대로 구성이 복잡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중간쯤 부터 하나하나 고리를 맞춰준다.

어쨌거나 재밌긴 했다. 요새는 참 세상이 재밌어서 박완서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같은 대중적인 소설(용어의 적절함이 문제될까?)을 읽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교양있는 지식인이라고 느끼는 경우도 많은 듯하다. 이런 작품이나 김영하 같은 작가의 작품을 읽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교양이나 지식보다 재미가 좋다고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아니 재미를 중요시한다는 것 자체가 현대적이고 지적인 걸지도 모르지만. 뭐.. 아무래도 지나친 단순화 같긴 한데. 그냥 순간적인 생각이니까.

소설계가 참 재밌어지는 것 같다. 물론 일상에서야 소설 따위 상관없이 다들 책 한 권 읽지 않고 잘 살겠지만 그래도 가끔 소설이라도 한 권 읽어볼까라는 생각이 들 때, 소설계에 살짝 한 발을 들여놓는 순간 수많은 사람들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혼돈의 세계로 들어가는 셈이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며 사람들의 손에 잡혀 책장이 넘어가는 소설들과 그 소설을 읽고 있는 사람을 제아무리 매치시켜가며 비교해가며 눈여겨봐도 책과 사람이 적당히 어우러져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