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사월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유정희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권의 책을 읽으면 곧 그 작가의 책을 목마르게 찾게 되는, 그런 작가들이 있다. 두 번째 책에서는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혹은 내게 김연수가 그랬듯 두 번째의 실망이 단지 아주 초창기 작품이어서일뿐이고 세 번째 책에서 다시 강렬한 행복을 주는 작가가 있다. 혹은 하루키가 그랬듯 두번째도 세번째도 행복을 주고 그 가운데 몇 권(내겐 '노르웨이의 숲'과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 별로였다.)이 좀 실망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아리엘 도르프만처럼 간절히 그의 작품을 원하나 찾기 힘든 슬픈 경우도 있었다.  

이스마일 카다레의 책은 '부서진 사월'이 처음이었다. 이어서 '꿈의 궁전'을 읽었다. 지금은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를 읽고 있다. 실망이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카다레의 작품은 아우라가 충만하다. 유치하다면 유치해서 사람의 욕망이나 감각을 자극하지 않고서도 이렇게 사람을 본능적으로 본질적으로 매혹시킬 수 있을까. 책을 읽는 건 식욕이나 수면욕, 성욕과는 다를 터인진데. 아주 은은하고도 잊기 힘든 향을 지녔다. 카다레의 작품은. 이건 알바니아의 땅, 민족에서부터 나오는 것이어서 이렇게 질긴 것일지도 모르겠다. 찬찬히 읽어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삶이라는 것, 삶의 모임이라는 것이 풍기는 낯설고도 잔인하고 그러면서도 애착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그 맛을, 이 책에서 맛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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