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편력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지식여행자 8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의 인생은 그 자체가 편력일 수도 있겠다. 물론 삶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보냈지만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보낸 소녀 시절과 러시아어 동시통역사라는 그의 직업이 그의 정신을 편력하는 정신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편력하는 정신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더불어 그만의 촌철살인의 재치도 읽는 이를 기쁘게 한다.  

다만, '마녀의 한 다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마리의 책을 읽다보니 또 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출판사 책 소개에서 말한 바, 소위 '균형잡힌'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녀의 한 다스'에서도 그렇고 이 책에서도 그렇고, 마리는 어떤 한 가지의 사상이나 주장을 고집스레 펼치는 촌스러운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곰곰 읽다보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마리 또한 자신만의 생각의 벽, 즉 습관이랄까 세계관이랄까 하는 것이 엿보인다. 물론 세련된 그이기에 절대 드러내지 않지만, 가끔은 훅 하고 거침없이, 그러나 그 타당함은 밝히지 않고 실수인 양, 지당한 원리인 양 드러낸다. 

내가 미심쩍어 하는 부분은 물론 그 지당함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균형잡힌 정신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그가 균형잡힌 부분은 구소련과 관계된 지점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 부분이 그가 잘 아는 부분일테니 일견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며 내내 나는 내심 의심하고 의혹했다. 이 사람, 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지? 현재까지 내가 내린 결론은 그의 한 면은 그저 일본 여성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이런 부분이 드러날 때 나는 좀 우울해진다.  

좀더 완벽한 책이란 없는 것일까? '책 먹는 여우'에 나오는 여우처럼 내가 능력이 있어 좀더 완벽한 책을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보시다시피 이 짧은 글조차도 횡설수설, 근거는 대지않고 마냥 의심쩍다고 투덜거리는 것이 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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