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경상도
김수박 지음 / 창비 / 201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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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창비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


경상도는 왜 그래? 라는 말을 늘 들어왔고, 해왔고,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생기자 마자 단숨에 읽고 말았습니다. 


경상도 부모님으로부터 경상도에서 태어나서 국민학교를 경상도에서 다니고, 중학교 이후로는 주욱 서울에서 살다가 다시 대구에서 삼년간 사회생활을 한 저로써는 경상도에 대한 진한 동질감과 함께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질감도 존재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집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다가도 바깥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울말을 썼기 때문에 더 그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반가웠던 것은 김수박 작가가 저와 같은 나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책에서 기술하고 있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제 기억 한 켠에 동일하게 남아있더군요. 그래서 만화속에 등장하는 찌질했던, 찌질한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마치 저자가 제 기억을 스캔한 것이 아닌가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낄낄거리면서 읽었습니다.

 

그렇지만 저자의 만화속에 그리고 있는 슬픈 기억들 역시 동일하게 제 기억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었습니다. 저 역시 광주사태공산폭도들이 전남도청에 폭탄을 설치했는데, “우리의 공수부대 아저씨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해결했다고 믿었습니다. 집 앞 벽에 붙어있던 내무부장관, 국방부장관, 법무부장관 명의의 담화문을 보면서, “다마담화가 뭐가 다른지 한참을 고민했었던 유년의 기억입니다. 특히 어린시절의 시청 공무원이셨던 아버지의 말씀은 진리였죠. 

전라도 사람들은이란 말을 듣게 된 것도 아마 그 즈음부터 였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유년기를 지나 사춘기 시절 교회 한 켠에 있던 대학생 형이 두고 간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몰래 읽으면서, 그리고 어머니의 노래를 몰래 보면서, 세상에 이런일이 다 있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 당황함이 미안함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진리인줄 알았던 아버지와의 불화는 그때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작가가 말한대로 물어보지 못하는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이후 대구에서 사회생활을 하던 때가 한창 IMF 직후 때라 DJ 정부에 대한 불만과 동시에 와 대구를 다 쳐 죽일라꼬 그라는지모르겠다는 말을 늘 듣곤 했습니다. 막상 올림픽 고속도로를 타고 광주로 출장을 갈 때 왕복2차선의 고속도로를 보면서 이게 국도인지 고속도로인지 많이 헷갈리더군요.


이러한 저의 개인적 경험들과 고민들이 비단 나만의 고민과 생각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 만화를 접하면서 알게되었고 많이 반가왔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때는 조금은 가볍고 편한 느낌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읽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더 무거워졌습니다. 작가가 그렇다고 해서 무거운 이야기를 강요한 것도 아니고, 없었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같은 시대를 비슷한 공간에서 살아왔다는 것 때문에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먹먹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비겁하게 살지 말아야지,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당당한 부모가 되어야지라는 다짐을 해보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소시민으로써 지금 과연 내 앞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을지는 저 자신에게 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고민을 다시금 하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경상도는 이래라고 정답을 주는 책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좀 더 이해는 하게 되었고, 좀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70년대에서부터 90년대까지의 대구경북 내지는 경상도 사람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 당대를 살아왔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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