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홍루몽 - 전12권 세트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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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봉건사회및 전통 문화들을 속속들이 엿볼 수 있는데다 내용전개도 탄탄하고 시사하는 바도 커서 만리장성과 비교되는 홍루몽은 영국부 녕국부로 이루어진 가씨가문이 몰락하는 이야기를 큰 줄기로 하여 그들의 친척,시녀및 하인들까지 400명에 이르는 인물들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고루 등장하여 벌이는 다양한 사건들이 곁가지를 치며 큰 나무를 이뤄 내게 다가왔다.
3개월동안 다 끝내야한다는 의무감이 제법 커서 홍루몽 끝내기전엔 다른 책은 일절 손도 대지 말아야겠구나 했는데, 정말 그랬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고 ㅎㅎ 초반은 읽는 재미에 빠져들어 일주일에 두권씩 읽기도 했는데 가문이 망하기 시작하면서는 조금 지루해져서 중간 중간 다른 책도 꺼내보고, 서평이 안써져서 허우적대기도 했지만, 3개월간 그들과 함께했던 즐거운 기억이 더 많이 난다. 그 유명한 삼국지도 읽다 말았는데 (차마 유비,관우, 장비가 다 죽는 7권에서 더이상 책장을 넘길수 없었다 ㅠㅠ)홍루몽 12권을 모두 독파했다는 사실은 장차 내 독서력에 한 획을 그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홍루몽의 에필로그를 쓰면서 돌아보니 역시 꽃이 만개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던 대관원에서 시사를 열고 연을 날리고 연일 잔치를 벌이던 일이 계속 머리에 맴돈다. 

120회 이야기의 큰 무대로서 대관원은 절대적인 장소인데 작가는 대관원을 홍루몽의 주제를 투영시키는 거울로 삼았던것 같다. 왜냐하면 전반부의 원춘이 귀비가 되면서 가문의 부흥이 절정으로 치달아 그들의 가장 행복한 시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대관원이라면, 귀신이 나오는 음습하고 처량한 모습으로 문이 굳건히 닫혀 가문의 몰락을 상징하고 있는 것도 대관원이기 때문이다.

가문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다시 가문이 일으킬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지금 대관원은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할지 궁금하지만 이는 당분간 상상에 맡기자.

 

세상만사 뿌린대고 거두고, 달은 차면 기우는 법. 흥청망청 거린 한 가문이 몰락하는 이 이야기가 비록 몇백년전의 고전이지만 지금 세상사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싶다. 비록 하나의 꿈에 불과할 지언정 내가 사는 지금에 충실 할 것. 이것이 홍루몽이 내게 주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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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11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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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권을 읽으면서 이곳 저곳에서 난 생채기가 잘못되어 고름이 되고, 그 고름이 곪다가 터져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가씨문중은 이제 더 떨어질 곳 없는 바닥으로 치닥고 있다.

집안의 어른이나 하인이나 할것 없이 문란하고 바르지 못한 행실로 사단을 일으켜 세습직 박탈에 가산 몰수에 죽는 사람들도 많으니 그 떵떵거리던 영국부와 녕국부의 모습은 찾아볼수 없다.

대부인이 보채의 생일을 맞아 연회를 열지만 사람들은 그저 구색을 맞추기위해 얼굴을 들이밀뿐 흥은 내려하지도 않고 낼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를 보고 있으니 절로 홍루몽 초반의 서로 모여 마음을 맞추고 작은일에도 웃음이 넘치던 단란한 모습이 간절하다. 게다가  정신적 지주였던 대부인마저 세상을 뜨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흥청대던 대갓집의 대들보가 마치 모래로 쌓은 성이 바닷물에 휩쓸려 나가 듯 무너지고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똘똘 뭉쳐 역경을 헤쳐 나가야하건만  결속되지 못하고 되려 우왕좌왕하니 절로 '아이고'소리가 나온다.
 

고름이 터진 자리에는 새 살이 돋아 나야 하는 법. 보옥과 보채가 새 시대의 분홍빛 보드라운 새 살이 될 수 있기를, 그리하여 12권의 여정을 기분좋게 마감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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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10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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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혼은 한 가닥 바람에 사라지고

서렸던 수심은 꿈길에 들어 멀어지도다.

 

통재라 통재라 대부인이 근친혼을 시키겠다는 소리를 듣고  보옥 다음으로 대부인이 귀여워한 자신이야말로 당연히 그 상대라고 생각하던 대옥이 보옥과 보채의 혼인소식을 우연히 듣고 몸져 누워서 끝내 스러지고 말았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죽을결심을 하는 대옥도 답답하고 통령옥을 잃어버리고 바보가 되어 멍하니 남이 시키는대로 따라하고 대답하는 보옥도 보옥이지만, 그리 귀여워했으면서도 한달음에 대옥을 내치는 대부인과 그 옆에서 신부를 속이는 계책을 꾸며 내놓는, 말리는 시누이 희봉이 얼마나 밉상이던지. 

그런데 금과 옥의 인연이 맺어지는 과정이 한편의 드라마 못지 않은 것 같다.

희봉은 제정신이 아닌 보옥을 위한답시고 신부가 보채가 아니라 대옥이라 속이고 결혼식을 준비시키는 계책을 마련하고, 대부인은 대옥의 속사정을 알고서 대옥의 병이 보옥으로 인한 것이라면 고쳐줄 생각도 하지않겠다며 언짢아 하고, 식을 올리고 둘이 신방에 들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대옥이 아니라 보채인 것을 등불을 들고 눈을 비비면서 확인하는 보옥의 모습과 동시에 보옥을 외치며 숨이 넘어가는 대옥의 모습이  각각 주요장면으로 클로즈 되어 머릿속에서 메이킹 필름을 만들고 있다면 내가 너무 오버한걸까?

홍루몽의 한 축이 무너지고 하인들은 상전을 음해하니 가세가 꺽일대로 꺽인 가씨집안이 어찌 될런지.. 심란스런 마음으로 다음권을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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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9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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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들이 결혼등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보옥이 공부를 시작하니 달구경이다 연날리기다 정신없이 왁자지껄 하던 대관원이 고요한데 가씨집안의 패망을 알리는 어둠의 기운이 대관원 안팍에서 뻗어나간다.
 
대옥은 악몽을 꾸고서 경기를 일으키고 후에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크게 앓고. 설반은 결혼후에도 평소의 망나니 같던 생활을 고칠줄 모르더니 결국 실수라지만 살인을 저지르고 설씨댁에 풍파를 일으키고, 궁에 들어간 원춘이 앓기 시작하고, 묘옥은 대옥이 타던 거문고 소리를 들은 후 귀신에 홀린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보옥과 임대옥의 운명이 엇갈림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권의 백미.
임대옥이 보옥이 죽는 악몽을 꾸는 동안 보옥도 같이 고통을 느낄정도인 두사람의 앞길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옥이 약혼했다는 헛소문을 듣고 식음을 전폐하며 당장 내일이라도 죽을 듯 굴던 대옥이 약혼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당장에 정신을 차리고 심지어 그의 상대로는 자기밖에 없다고 생각하게되는 대옥을 보니 이 아가씨가 이정도로 보옥을 좋아하고 보옥만 바라보고 있구나 싶어서 새삼 놀라면서도 피식 웃지 않을수 없었다.

그야말로,

마음에서 얻은 병은 마음의 약으로 고쳐야 하고

방울을 떼는 건 애초에 방울을 단 사람 몫이리라. 

그녀의 이런 모습에 윗분들은 그녀에게 보옥의 배필감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게 하고 보채를 보옥의 짝으로 정하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으니 독자 입장에선 앞으로 벌어질일이 빤히 보이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고 헛물 켜는 아가씨 보기가 안쓰럽다.

대옥이 평소 마음을 조금 더 넓게 썼더라면 보옥과 이루어 졌을까?

 대부인은 대옥이의 새침한 성격과 병약하여 장수할 사람이 못된다 하여 보채로 배필을 정하지만, 대옥이 그리 자주 앓는 큰 이유가 보옥으로 인한 것이니 만일 그녀가 보옥과 짝을 이루게 되었다면 그녀는 필시 보채처럼 건강해지지 않았을까? 두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볼 수있게 되었다면 좋으련만. 둘이 좋아서 헤헤 거리다가 또 말 몇마디에 픽픽 토라지고 또 금새 마주보며 시를 짓고 웃고 있을 모습이 안봐도 훤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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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8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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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로 접어 들수록 가씨 집안위에 덮힌 먹구름은 걷힐 줄을 모르고 되려 두꺼워져만 가고 잔치에 이상한 조짐으로 슬픈소리 울린다.. 8권의 소제목이 보여주듯이 초반의 화창한 봄날 같던 밝은 기색은 사라지고 서로 원망하고 시샘하며 요절하고 병이 든다.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려는지, 작은 일에도 자신의 체면이나 그동안의 원망을 내세워 결국은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줄 모르고 그저 남의 탓만 하기 바쁘다. 이렇게 큰 집안이 순식간에 쇠락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자니 안타까워서 이제는 홍루몽의 중심 줄거리라 여겨왔던 대옥, 보채 보옥의 사랑이야기의 흥미가 떨어져 가고 있다. 그리고 왜 마오쩌둥이 홍루몽을 읽지 않으면 중국봉권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었는지, 그리고 왜 루쉰이 홍루몽이 나옴으로써 전통적인 사상과 작법이 모두 타파되었다고 했는지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가씨일가는 세습되는 작위, 남용되는 권력과 부, 삐뚤어지고 부패된 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중국의 뿌리깊은 봉권귀족의 모범이었을 것이고 그것은 근대에 들어서 모두 타파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졌으니 당연히 그들의 쇠망은 전통의 세대교체이며 홍루몽은 새로운 사회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가씨일가가 본격적 쇠락일로로 접어들어선지 보옥, 대옥, 보채의 이야기가 그만큼 줄어들었는데, 현명한 보채는 대관원의 발길을 끊음으로써, 화를 피해가려하지만 역시 그의 못난 오라비덕에 더 큰 화를 떠안는 셈이 되었고, 보옥은 궤획사를 지음으로써 그동안 아버지 앞에서 항상 작고 못난 아들이었던 이미지를 떨치고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어 손님들 앞에서 가정의 체면도 세워주고 흐믓한 미소를 머금게 해주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혼이 나거나 비난이나 꾸지람을 듣는 횟수가 줄었다고 해서 그가 보옥의 재능과 개성을 인정했다고 여기기보다 가정이 늙음에 따라 보옥을 다그쳐 공부를 시키려는 그의 열의가 사그라 들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 하다. 이것은 보옥의 입장에선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배움을 중시하는 내 입장에선 역시 좀 아쉽다. 자매들을 비롯한 습인들의 도움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철 좀 들까 싶었지만, 나이도 어린 보옥이 벌써부터 인생무상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마치 설사 그가 다음권에서 출가를 하겠다고 말을 할지라도 이젠 아무렇지 않을 정도이다. 이제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약간의 떨리는 마음으로 다음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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