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봉건사회및 전통 문화들을 속속들이 엿볼 수 있는데다 내용전개도 탄탄하고 시사하는 바도 커서 만리장성과 비교되는 홍루몽은 영국부 녕국부로 이루어진 가씨가문이 몰락하는 이야기를 큰 줄기로 하여 그들의 친척,시녀및 하인들까지 400명에 이르는 인물들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고루 등장하여 벌이는 다양한 사건들이 곁가지를 치며 큰 나무를 이뤄 내게 다가왔다. 3개월동안 다 끝내야한다는 의무감이 제법 커서 홍루몽 끝내기전엔 다른 책은 일절 손도 대지 말아야겠구나 했는데, 정말 그랬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고 ㅎㅎ 초반은 읽는 재미에 빠져들어 일주일에 두권씩 읽기도 했는데 가문이 망하기 시작하면서는 조금 지루해져서 중간 중간 다른 책도 꺼내보고, 서평이 안써져서 허우적대기도 했지만, 3개월간 그들과 함께했던 즐거운 기억이 더 많이 난다. 그 유명한 삼국지도 읽다 말았는데 (차마 유비,관우, 장비가 다 죽는 7권에서 더이상 책장을 넘길수 없었다 ㅠㅠ)홍루몽 12권을 모두 독파했다는 사실은 장차 내 독서력에 한 획을 그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홍루몽의 에필로그를 쓰면서 돌아보니 역시 꽃이 만개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던 대관원에서 시사를 열고 연을 날리고 연일 잔치를 벌이던 일이 계속 머리에 맴돈다. 120회 이야기의 큰 무대로서 대관원은 절대적인 장소인데 작가는 대관원을 홍루몽의 주제를 투영시키는 거울로 삼았던것 같다. 왜냐하면 전반부의 원춘이 귀비가 되면서 가문의 부흥이 절정으로 치달아 그들의 가장 행복한 시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대관원이라면, 귀신이 나오는 음습하고 처량한 모습으로 문이 굳건히 닫혀 가문의 몰락을 상징하고 있는 것도 대관원이기 때문이다. 가문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다시 가문이 일으킬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지금 대관원은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할지 궁금하지만 이는 당분간 상상에 맡기자. 세상만사 뿌린대고 거두고, 달은 차면 기우는 법. 흥청망청 거린 한 가문이 몰락하는 이 이야기가 비록 몇백년전의 고전이지만 지금 세상사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싶다. 비록 하나의 꿈에 불과할 지언정 내가 사는 지금에 충실 할 것. 이것이 홍루몽이 내게 주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