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의 독일인 의사 분쉬 학고재 산문선 8
김종대 / 학고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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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 의사 분쉬가 조선 땅에 와서 고종의 의사가 된 후 집으로 써보낸 편지와 짧막한 일기를 모아 엮은 책이다. 조선을 다녀간 많은 선교사와 의사, 그리고 외교관들의 기록들은 대다수가 번역되어 있고, 우리는 언제든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그들의 시선을 만날 수가 있다. 외국인들에 의한 기록들은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보는 것을 묘사하고 일종의 '정보'로서 엮어 놓은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다르다. 분쉬는 조선인과 조선 사회에 대해 별달리 묘사하는 것이 없다. 이방인의 눈으로 적극적인 관찰을 하고 그 안에서 얻은 기록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편지 속에서는 비슷한 위치의 외국 공사관 사람들이나, 그들의 집을 방문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조선인들이나 조선에 대한 기록은 오직 그와 관련되어 있는 부분, 예를 들자면, 마지못해 한 의료행위나, 조선인들이 그의 병원 근처를 지나다 저지른 실수 등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그러니 분쉬의 편지를 통해 조선인들의 삶을 엿보기란 그다지 녹록한 일이 아니다.

그 당시 조선을 둘러싸고 이루어진 열강들의 이해관계와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 나라의 복잡다단한 정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것 외에 조선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면모라든가, 생활 방식의 특이성을 읽어내기는 어렵다. 그의 시선 속에서는 타문화에 대한 관심이나 호기심어린 애정을 찾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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