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퇴의 귀부인 1
웨난 지음, 이익희 옮김 / 일빛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 중에서 후세에 남기고픈 것 혹은 기념하고 싶은 것을 모아 묻는 것을 타임캡슐이라고 한다. 그래서 타임캡슐은 언제나 의도적인 것이고 또 계획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 전혀 계획되지도, 알려지지도 않았던 뜻밖의 타임캡슐이 등장했다. 그것도 장장 2000년 전 중국인의 생활과 장례풍속, 당대의 갖가지 물건들을 가득 담고 마치 전령사와도 같은 귀부인의 시신과 함께.

마왕퇴의 귀부인을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중국 장사에서 우연히 발견된 무덤의 발굴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발굴의 시작과 끝을 기록한 단순한 기록물은 아니다. 여기에는 어느 귀부인의 무덤이 왜, 어떤 역사적인 인연으로 인해 발굴되었으며, 발굴 과정에서 다양하게 영향을 미친 중국의 고위층 지도자들의 태도, 실제 작업에 임했던 학자들의 노력에 대한 서술도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유물 발굴 작업의 단계와 더불어 미라 보존을 위한 노력과 그들이 사용한 약품의 성분, 그리고 각종 견직물과 옻칠한 명기류의 보존을 위한 방법 등이 함께 서술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2000년 전의 무덤이 완벽하게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무덤의 구조에 대한 정확한 고증도 함께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 역시 쉽고 흥미롭게 다가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년에 몇 번씩 공식적으로 미라 발굴이 확인되곤 한다. 그리고 그것을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각계의 노력 또한 활성화되고 있다. 마왕퇴의 귀부인은, 유물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개입될 수 있는 다양한 외부적 힘과 영향을 주는 요인들, 직접 그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골고루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준다. 우리나라의 미라 발굴과 처리 역시 이런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즐겁고 기분좋게 고고학을 경험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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