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것 중에 진정으로 새로운 건 아무것도 없었고, 내가 따라가는 모든 길은 다른 사람들의 몸이 써 놓은 길이었다. 모든 길 위에 우리보다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 P282
여성의 몸은 스스로에게서 무언가를 훔치는 행위를 통해 또 다른 몸에 봉사한다. - P53
수많은 방 안에 있는 다른 여자들, 내 하루 속 얼마나 많은 순간이 그들의 하루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까. 우리가 똑같이 공유하는 텍스트를 통해서 말이다. - P16
인간은 그렇게 세계의 아름다운 얼굴과 어느정도 친숙해진다. 지금까지는 세계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니 이제는 옆으로 한 걸음 물러나 옆모습을 바라 보아야 한다. - P35
그러면서 깨달았다. 결국 살아낸 만큼의 시간이 다시 꿈이 된다는걸. 내가 보고 들은 모습만큼 나는 꿈꿀 수 있다는 걸. 그러므로 치마에 대한 나의 꿈은 나보다 먼저 치열하게 살아내고 삶을 기어코 고스란히 물려준 여성들에게 빚진 것이다. - P8
보아주는 이 없어도 여자들은 어울려 노래했다. 글로 다 담지 못해도 삶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고. 아름다운 건 저만치 피어난 꽃뿐 아니라 지금 웃으며 곁에 건네는 상처 입은 손, 그 손들이 모여 일궈낸 꿈같은 세월이라고. 그 세월의 힘으로 꽃이 진 자리에 잎은 피고 열매가 열리며 다시 꽃이 피어난다. 그러니 괜찮다고,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꽃은 없다고. - P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