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생각하지 않으면 생각하지 않기는 너무나 쉽기 때문이다. 질문이 자라나는 곳에서 시간이 멈추듯, 질문이 멈춘 곳에서 관성이 자라난다. - P243
이해와 판단은 한 끗 차이. - P205
"이제 누가 책을 읽냐"는 조롱조지만 진지한 장문의 댓글을 받은 적이 있다. 요지는 학생들의 말과 같았다. 정보는 이미 인터넷에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고, 재미는 굳이책에서 찾을 필요 없다는 것. 책을 읽는 건 이제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다는 것. 하지만 나는 자신 있게 그 말에 반박할 수 있다. 책만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책은 다른 그 어떤 곳에서도 배울 수 없는 가장 깊은 수준의 경청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 P113
계절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있고, 그 감정을 나침반 삼아 책장 앞을 서성이다 보면 자연스레 마주치는 시집이 있다. 여름 끄트머리의 유희경을 지나, 가을과 초겨울의 허수경을 보내고, 동지에 이르러 장석남 시집을 꺼내 드는 이유도 그것. 차고 말간, 이 군더더기 없는 계절엔, 그의 호젓한 문장이 긴요하다. - P123
나는 내가 이 장소에서 처음 우는 여자는 결코 아닐 거라는 생각을 떠올리고는 거기서 위안을 얻는다. 다른 존재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조차 철저히, 철저히 혼자인 이곳에서. - P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