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노래 3
Various Artists 노래 / 폴리폰 (Polyphone)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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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음반시장에는 두 개의 커다란 흐름이 존재했다. 하나는 컴필레이션 앨범, 곧 편집음반의 범람이었다. 그 중심에는 가요가 있었지만, 재즈, 클래식, 영화음악까지 '10 for 1'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음반시장을 주도했다. 또 다른 하나의 흐름은 월드뮤직의 붐이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OST의 선풍적 열기 속에  쿠바, 포르투갈, 브라질 등 제3세계 음악이 하나의 시장을 형성했다. 이런 흐름은 결국 자연스럽게 월드뮤직 편집음반의 발매로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3년 뒤늦게 도착한 한 장의 월드뮤직 편집음반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여행자의 노래>였다. 이 음반은 MP3로 음반시장이 모두 불황이 되어버린 상황에도 불구하고 2005년에 두 번째 시리즈 음반을 내더니, 작년에도 세 번째 음반을 우리 앞에 내밀기에 이르렀다.

<여행자의 노래>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이 음반의 선곡자인 임의진이다. 그는 목사이자 시인이면서 수필가이고, 그 스스로는 세계를 여행하는 떠돌이별이라 부르는 여행자다. 이 음반은 그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가방 속에 하나 둘 가져왔던 수천 장의 음반 속에서 고르고 고른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혼자서 듣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노래들이어서 같이 듣고 싶습니다."라고 음반 속지에 속내를 밝히고 있다.

사실 이 음반의 속지는 시리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 음반의 경우 속지가 노래 가사나 작곡가, 작사가 등을 소개하는 것과 달리 그의 음반에서는 간단한 곡 소개외에 별도로 각 음악과 연관된 임의진의 수필과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이번에 발표한 <여행자의 노래3>도 19개의 곡과 19개의 글, 19개의 사진으로 속지가 이루어져있다. 임의진에게는 이 음반들이 각각 하나의 여행기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다. 

<여행자의 노래3>의 시디를 플레이어에 넣고 버튼을 누르면 가장 먼저 기타 선율이 듣는 이의 귀를 적신다. 미국 인디포크를 대표한다는 Dave Tate의 'Evensong'이다. 계속 음악을 들으면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유난히 기타 선율이 많이 들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음반이 '임의진의 여행기'라는 음반 성격 때문이다. 여행에서는 아무래도 여러 악기 중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기타가 제격이다. 대학시절 MT에서 어느 선배가 기타를 튕기며 밤을 지새우던 것처럼, 그는 우리 앞에서 기타를 치며 자신의 여행 후일담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임의진은 말한다. "집시 유랑 악사들의 간단한 기타 한 대가 좋다."고.  

그렇게 기타 하나를 들고 여행을 떠난 임의진. 그는 쿠바의 아바나에서 느낀 훼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얘기를 들려주며,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춘 탱고를 보여주며, 아일랜드의 민요도 들려준다. "나뭇잎이 나뭇가지에서 자라듯 천천히 사랑하라. 언덕에 풀포기처럼 여유롭게 살라"고.

<여행자의 노래> 시리즈의 공통점은 기타 선율이 많다는 것 외에도 모든 앨범의 마지막 트랙에서 항상 그가 직접 노래를 부른 곡들이 실려있다는 것이다. 이번 음반에는 김광석이 불러서 유명해진 '불행아'를 실었다.
"저 하늘에 구름 따라, 흐르는 강물을 따라, 정처 없이 걷고만 싶구나."라는 가사는 임의진 자신의 얘기와 다르지 않다. 이렇게 그의 노래를 마지막으로 70분간의 여행 후일담은 막을 내린다.

음악평론가 신현준은 "월드뮤직을 듣는다는 건 음악으로 세계여행을 즐긴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여행자의 노래>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음반 성격에 잘 맞는 말이다. 일상에 지친 당신에게, 당장 비행기를 타고 떠날 수 없는 당신에게 이 음반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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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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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나서 제일 먼저 느낀 건,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처럼 영화로 제작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난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정말 책을 읽으면 아오야기가 달리는 속도만큼이나 빠져들게 된다.

내용은 <마왕>처럼 거대 권력과의 한판 다툼이며,

감동은 <중력 삐에로>처럼 후반부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만다.

형식은 <러시 라이프>처럼 각자 인물의 시점에서 기록된다.

이러한 형식이 사건의 아슬아슬함을 더 잘 전달하기 때문일 것이다.

유일하게 이사카 고타로의 책 중에서 끝까지 못읽은 게 <러시 라이프>인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다시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의 전개와 마무리가 깔끔하다.

정말 모든 게 끝났다, 라고 생각하던 주인공 아오야기.

그가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이,

그의 지원군이 되어 돌아온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지금의 내 옆에 있는 이 사람들은,

과연 내가 아오야기 처럼 도망칠 때,

기꺼이 내 편이 되어주고,

날 위해 폭죽을 터트려줄 것인가?

영화로 만들어진 <명랑한 갱>은 별로였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잘 만들어진 영화로 봤으면 좋겠다.

이사카 고타로, 계속 달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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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의 만감일기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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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0, 30대 중 미수다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미수다는 KBS에서 방영하는 <미녀들의 수다>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 내 외국인 여성들이 본 한국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크쇼로, 한번 정도는 봤을 것이다. 토크쇼다 보니 흥미위주로 흘러가지만, 그래도 간혹 생각하게 할 만한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다. 일본인 준코의 '성희롱 발언'과 미국인 윈터의 '성폭행 사건'이 그것이다. 특히 윈터의 경우 괴한에게 폭행을 당해 머리에 피를 흘리며 병원에 갔는데, 병원에서  그녀를 매춘부로 취급해 입원을 거절했다고 한다. 이런 얘기는 우리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편견'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박노자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박노자는 러시아 출생으로 2001년 한국인으로 귀화해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학자다.  학자다 보니 조금 딱딱하게 얘기하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발언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준코나 윈터의 앞서 소개한 예기처럼 생각하게 할 만한 것들로 이루어져있다. 이번에 나온 책은 그나마 딱딱한 느낌은 덜하다. 자신의 불로그에 그가 느낀 여러 가지들(‘만감’)을 엮어서 낸 책이기 때문이다.

 

2001 년 출간한 <당신들의 대한민국>에서부터 박노자는 '우리'라는 말에 들어가지 않는 '그들', 곧 '당신들'의 한국에 대해서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그 한 권의 책에는 '당신들'이 느끼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가 수두룩하게 쓰여있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여전한 사대주의, 러시아보다 더 심한 군사주의 문화, 한국교회의 철저한 배타주의, 조교와 대학교수라는 현대판 노비와 주인 사이의 관계, 백인인 자신을 바라보는 한국사람들의 반응 등등. 홍세화의 말처럼 그는 이방인의 눈을 가졌으나 한국인의 가슴을 지닌 채, 차가운 이성과 따뜻한 정서를 아울러서 보여준다. 마치 홍세화 자신이 '빠리의 택시운전사'로 지내던 시절 한국을 바라본 것처럼.

 

 김규항의 말을 빌리면, 박노자는 처음에는 관료주의, 집단주의 문화에 대한 비판을 주로 썼는데, 언젠가부터 반자본주의, 사회주의에 대한 열망이 가득해졌다고 한다. 이번 책이 그 결과물이라 할 것이다. 박노자 스스로도 말하기를 그는 '반대편'보다는 '우리편' 사람들을 훨씬 까다롭게 봤었다. 그런데 이번 책에서는 '나와 같은 사회주의자 입장에서 보면'과 같은 단어를 가감없이 쓰면서 자본주의의 폐해, 사회주의자로서 바라본 한국, 노르웨이, 러시아 등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여직원은 상냥해야한다면서 '미소'까지 팔기를 강요하는 한국사회,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KTX여승무원 해고사건, 승리한 자만 기억하는 프로스포츠에 담긴 경쟁논리, 노르웨이에서조차 더 이상 자본주의 그 자체를 문제삼지 않는 태도가 불러온 사회현상, 정치가 급격하게 우향우 하는 바람에 생겨난 러시아의 스킨헤드들의 얘기까지. 이 중 어느 하나도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박노자는 과거보다 좀더 진일보한 얘기를 일기처럼 풀어놓고 있다.

 

1990년대 말 강준만, 진중권, 김규항, 홍세화 등 일명 '전투적 지식인'이라 불리던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주로 지역차별, 극우주의, 진보진영의 문제점 등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박노자 역시 그 흐름 속에서 나타난 지식인이다
 하지만 그들의 책과 함께 박노자의 책도 결국엔 자본주의 속 하나의 상품이다. 그 상품을 구매하는 이는 아직까지는 그의  '반대편'보다는 '우리편'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것이 어쩌면 한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규항의 말처럼 그들의 문제점을 우린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처럼 '소비'한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볼 문제다. 미수다 속의 이야기도 그저 오락프로그램으로 ‘소비’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어쩌면 박노자를 '반자본주의'로 이끈 원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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