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연애는 이기적이다 - 나를 위해 연애할 것
후쿠다 가즈야 지음, 박현미 옮김 / MY(흐름출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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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는 말이, 이기적인 상태가 바람직하다거나 제멋대로 굴어도 좋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어느 누구와도 진지하게 사귈 수 없습니다. 제아무리 이기적인 사람이라도 사귀는 상대에게는 최소한의 배려를 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법입니다. 저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친절, 다양한 형태의 헌신도 전부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 바로 이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연애에 존재하는 것은 의식적인 이기심과 무의식적인 이기심이라고.

연애에서 우리가 벌이는 모든 행위는 그것이 아무리 헌신적이며 희생을 동반하는 것일지라도 이기적입니다. 그런 행위는 자신을 기분 좋게 만들 뿐입니다.

상대방에게 선물을 주거나 상대방을 근사한 장소에 초대하면, 상대를 기쁘게 만들기 전에 먼저 스스로가 즐겁지 않은가요?

이런 행위에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게 만들고, 상대방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고, 감사의 마음을 갖게 만들어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모든 행위는 이기적입니다.

저는 이기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기적인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유의해야 할 점은 자신의 이기심에 눈을 감고, 자신의 희생에 도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배려나 노력을 상대에게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거기에서 연애의, 그리고 대인관계의 모든 기만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는 누구나 구제불능일 정도로 이기적인 존재라는 것.

그 점을 인식하고 항상 의식할 것.

그것이 제가 말하는 연애의 첫 번째 계율입니다.

-p,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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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연애를 하고 있다거나 혹은 반대로 이기적인 연애를 하고 싶어서라기보다 연애라는 주제는 언제나 매혹적인 것이어서, 《어쨌든 연애는 이기적이다》라는 제목에 끌려 밤마다 야금야금 읽어갔다. 감정에 끌려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정신없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어린 연애'가 아닌, 감정을 절제하고 머리를 쓰고 이 관계 내에서 전략적으로 힘겨루기를 하기도 하며, 이로 인해 함께 성숙해질 수 있는 '어른스러운 연애'에 관한 이야기였다.


후쿠다 가즈야의 이전 작품인 《가끔은 까칠하게 말할 것》과 《나 홀로 미식수업》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책에서 느껴지는 그의 직설적이고도 단호한, 까칠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모습을 마주하니 그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에 대해 백 번 이해가 간다. '그저 서로가 좋아서 시작한 연애에 이렇게까지 따지고 들어야해?' 라고 생각할 독자들도 분명 있겠지만 그 질문에 나는 그의 편에 바짝 붙어서서 'Yes!'라고 대답하고 싶다.


'그저 서로가 좋아서 시작된 그 연애'를 '그저 그런 연애'로 끝내고 싶지 않다면, 그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애정으로 가득 찬 연애, 서로가 성숙해지고 더 나은 존재가 되어가는 연애, 서로의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는 연애'를 켜켜이 쌓아가고 싶다면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이 책을 읽는동안 우리의 연애를 떠올렸다. 


연애를 하는 동안 흘러가는 날(사귄지 100일, 200일 등)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이 숫자에 따라 그려지는 우리 두 사람의 이미지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그것처럼 참 평범했다.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조심스럽고 어렵고 설렘이 있었다면 만난지 2년이 지난 지금은 익숙하고 편안하면서도 권태롭고 단조롭다. 


분명한 건, 우리가 만나며 100일, 200일…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만큼 우리도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2살이던 나는 어느새 25살이 되었고, 28살이던 오빠는 어느새 31살이 되었으니 우리가 이렇게 긴 시간 만나는 동안 여전히 22살, 28살 그 자리에 머물러있지 않는 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그리고 함께하는 자리에서 참 많은 성장을 한 것이다.


지금도 물론 사소한 일에 서운함을 느끼고, 토라지고, 의심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 할 때도 많지만 그때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이런 문제를 두고 전략적으로 싸우고, 타협하고 한 단계씩 위로 올라간다. 이렇게 한 단계, 한 단계를 지나며 전보다 서로를 잘 알게 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이지만 따뜻한 대화를 하고, 당연하게 안부를 묻고, 서로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장소를 얻고, 상대방의 취향을 알게되고, 이렇게 하나하나 쌓이는 추억들을 얻게 되는 것도 하나의 묘미이다. 이 연애라는 게임에서 중간에 지게 될지, 아니면 끝까지 잘 싸워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 모든 행위가 이 사람과 잘 해보고 싶다는 '나를 위한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일단은 될 수 있는 한 더, 더, 더 이런 이기적인 연애를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반대로 말하면, 만약 애정을 원한다면 혹은 애정으로 가득 찬 관계를 원한다면 사랑을 지상 최대의 어떤 것이나 절대적인 무엇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다시 말해 사랑이나 연애를 신격화하는 일을 멈춰야 합니다.

연애는 일상 속에서 켜켜이 쌓이는 풍성한 대화와 배려, 그리고 밥을 먹거나 놀러 가거나 하는 사사로운 일들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헛된 생각에 마구 휘둘리지 않도록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하지요.

그런 일상의 축적이 너무 멀게만 느껴지고 귀찮다고 생각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간이 지상에서 할 수 있는 일들 중에서는 상당히 재미있고 결실을 거둘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p, 38~39



잘츠부르크라는 이름 자체가 독일어로 소금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잘츠부르크 근방에는 암염 광산이 많이 있었습니다. 암염 채굴장에 나뭇가지를 던져놓은 후 반년쯤 지나 꺼내보면, 나뭇가지에 붙은 염분이 미량의 습기와 엉겨 나뭇가지는 눈부신 소금 결정으로 뒤덮이고 마치 한 덩어리의 보석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스탕달은 짝사랑이 그 대상을 얼마나 미화하는지를 이 광산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비유해 '결정 작용'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사랑에 빠진 인간의 감정이란 거대한 암염 동굴과 같습니다.

그곳에 사랑하는 사람, 즉 짝사랑의 대상인 상대를 나뭇가지처럼 던집니다. 그러면 마른 나뭇가지에 지나지 않았던 상대방이 자신의 연정에서 분비된 엑기스에 의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결정으로 자라게 된다는 것입니다.


스탕달은 이 이야기로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일까요?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상대방을 미화하기 쉬우니 상대방의 가치를 과대평가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물론 미화한다는 것에 대해 다소의 의식이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스탕달의 논점은 그 반대입니다. 보잘것없는 나뭇가지에 그렇게 수많은 결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랑의, 인간 정신의 초능력을 찾아낸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랑은 멋진 것이죠.

어쩌면 당신은 그것이 단순한 미화이자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에서의 진실은 연애안에서만 존재한다는 진리도 있습니다.

연애 혹은 결혼생활은 제3자가 아무리 애를 써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객관적 사실과는 별도로 연애 안에서의 사실이 있습니다.

연애를 하면서 단순한 나뭇가지가 아니고 결정화된 상대를 좇는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행복하지 않을까요?

아니 오히려 사랑하는 것, 애태우는 것의 묘미는 짝사랑에만 존재합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당신의 생각이 결정화된 것처럼 상대방 역시 실제로 그만큼 찬란해집니다. 당신의 생각에 보답이라도 하듯 더 나은 존재가 되어갑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고마운 착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p, 73~75



연애가 여행이 되고 연애로 인해 성숙해진다는 말은, 연애의 과정 속에서 두 사람이 변화해서 그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간다는 말입니다.

인식의 전환이 생기거나 견해와 감각이 바뀌고, 혹은 생활권이나 인생의 비전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런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연애의 묘미이자 핵심입니다. 동시에 두 사람의 인연을 아주 단단하게 맺어주는 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의식적으로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주고받으며 지배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변화를 의식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서로 주도권을 쥐고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해 싸우는 것. 그 싸움을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변화해갑니다.


서로를 지배하기 위해 힘쓴다는 말은 연애라는 아름다운 행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연애가 어느 정도 충실한 형태를 갖추려면 싸울 필요가 있습니다.

싸움만이 조화를 만들고 성장을 낳습니다.

지배하는 것, 지배당하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지배권을 얻기 위해 싸우는 것이 연애관계에 긴장감을 가져옵니다.

이렇게 말하면 여러분은 눈살을 찌푸리실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바로 연애에서의 증여력이 지배력의 효능입니다.

-p, 166~167



원래 이런 이미지 관리란 약간 섬세하면서도 지적인 행위입니다. 실제로 인생 자체가 지루함으로 가득 차있으니 그런 지루함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어떻게 맞설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어른이 되기 위한 테마라고 말해도 좋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대화를 즐길 수 있는 자극적인 관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우선 스스로가 지루한 인간이 되지 않을 것, 상대방에게 늘 자극적인 존재로 있을 것. 요컨대 일과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말입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역시 그것이 정답입니다.


당신이 성장을 거듭하는 한 상대방은 당신에게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이 먼저 질려버릴 수는 있지만…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상대방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새로운 파트너를 찾으십시오. 너무 매정한 말인가요?

어쨌든 이런 것들이 바로 스토리를 만든다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창작한 스토리와 상대방이 만든 스토리가 일치하는 일은, 당연한 말이지만 일어날 리가 없습니다.

다만 한쪽은 천천히 다가가는 연애를 그리고, 다른 한편은 격정적인 연애를 그리고 있지만 그런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한다. 이런 경우는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니 가지와라 잇키 원작에 미쓰하시 지카코(따뜻하고 부드러운 화풍의 순정만화 작가-옮긴이)가 그린 만화 같네요. 그런데 과연 이런 연애가 끝까지 성립할 수 있느냐 하면 역시 어렵겠지요.

근본적으로 연애는 상대방과 이야기하고 싶다, 상대방을 만지고 싶다는 욕망에서 발생합니다. 그러니 교제를 시작하면 현실에서는 지배의 게임, 즉 어느 쪽 스토리가 우위에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서로의 스토리가 일치할 수는 없다는 말은, 반대로 말하면 정말로 함께하고 싶은 상대라면 상대방이 만든 스토리에 편승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진중해 보이는 남성이 길거리에서 발랄한 분위기의 젊은 여성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캐릭터가 그려진 커플룩을 입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그들은 그녀들의 스토리에 편승해준 것입니다. 만약 이런 행위를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주 쉽게 연인을 만족시키는 좋은 방법입니다.

만약 그러기 싫다면 상대방을 자신의 스토리에 편승하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상대방의 성향을 파악해야 합니다. 제 친구 중에는 조폭 영화를 좋아하는 여자만 사귄다고 허풍을 떠는 녀석이 있습니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군요.

함께 영화를 보거나 같은 책을 읽는 것은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측정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p, 199~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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